한국 수의대생 미국수의사시험 응시 기회 열릴까? PAVE 제도 논의
부산수의컨퍼런스에서 Global Education & PAVE Initiative 포럼 개최

제8회 부산수의컨퍼런스 현장에서 특별한 포럼이 진행됐다. 국내외 수의과대학 학장, 부학장들이 참여하는 ‘Global Education & PAVE Initiative 포럼’이 열린 것이다.
미국수의과대학협회(AAVMC) 회장인 Rustin M. Moore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장, 아시아 유일의 RCVS(영국왕립수의사협회), AVBC(호주·뉴질랜드수의사위원회) 인증 수의대인 홍콩시립대 수의대 Vanessa barrs 학장, David Lee 홍콩시립대 동물병원장, 중국농업대학 Jason Shi 교수 등이 부산수의컨퍼런스 참석차 내한한 기회를 살려, 국내외 수의대 학장단의 교류를 돕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우리나라에서는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 이영락 부산시수의사회장, 조제열 서울대 수의대 학장, 최정훈 강원대 수의대 학장, 유일정 전북대 수의대 학장, 이봉주 전남대학교동물병원장, 박경미 충북대학교동물병원장, 김대현 충남대학교동물병원장, 송우진 제주대학교동물병원장 등이 참여했다.

포럼에서는 우선 조제열 서울대 수의대 학장이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의 AVMA(미국수의사회) 인증 경험을 공유했다.
서울대 수의대는 지난 2019년 4월 미국수의사회(AVMA)로부터 7년의 수의학교육 완전인증을 획득했고, 곧 재인증 평가를 앞두고 있다. 올해 11월 재인증 현장 실사를 받을 예정이다.
조제열 학장은 AVMA 인증을 통해 학교의 국제 명성이 높아졌고, 커리큘럼이 발전했으며, 교육 인프라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에게는 ECFVG나 PAVE 과정을 거치지 않고 수의대 졸업 후 곧바로 미국수의사국가시험(NAVLE)에 응시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커리어 확장 기회가 된다. 참고로, 가장 최근 서울대 수의대 졸업생의 NAVLE 응시 합격률은 80%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포럼의 큰 주제는 서울대 수의대의 PAVE 과정 도입 추진이었다.
NAVLE(미국수의사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영어공인인증시험-기초필기시험-실기시험을 거치는 ECFVG 과정에 합격하거나 미국 수의과대학 본과 4학년 로테이션을 거치는 PAVE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AVMA 인증을 받은 서울대 수의대 졸업생은 ECFVG/PAVE 과정 없이 곧바로 NAVLE 시험을 볼 수 있지만, 나머지 9개 수의대 졸업생이 미국수의사 시험을 보려면 둘 중 하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PAVE(Program for the Assessment of Veterinary Education Equivalence)는 북미 이외의 국가의 AVMA 미인증 수의대를 졸업한 수의사에게 미국수의사 면허시험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제도다. 영어 성적과 수의학 기본 지식 평가 시험(BCSE)을 통과한 뒤 미국의 AVMA 인증 수의대에서 임상실습(로테이션)을 받으면, NAVLE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단, 현재 PAVE는 미국 수의대 중 일부 수의대만 운영하기 때문에 기회가 적다. 포럼에서는 아시아 유일의 AVMA 인증 대학인 서울대 수의대가 PAVE 과정을 운영하게 되면, 국내 나머지 9개 수의대학생은 물론 다른 아시아 수의대 학생들에게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포럼을 기획한 웨스턴대학교 헨리유(Henry Yoo) 외래교수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해 많은 아시아 국가 학생들이 PAVE 과정에 지원하지만, 실제 PAVE 과정에 합격해 미국수의사시험 응시자격을 얻는 학생은 소수라고 한다. 헨리유 교수는 “오늘 자리는 서울대 수의대의 PAVE 과정 도입을 논의하는 첫 자리일 뿐이지만, (서울대 수의대에) PAVE 제도가 생기면 한국은 물론, 다른 아시아 국가 수의대생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제열 학장은 실질적으로 서울대 수의대가 PAVE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들을 소개했다. 서울대 수의대의 교육과정도 조정해야 하고, 영어로 임상 로테이션을 진행하기 위한 교수진의 노력도 필요하다. 또한, NAVLE, PAVE, BCSE 시험 개발·운영을 담당하는 AAVSB(American Association of Veterinary State Boards)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갈 길이 멀다.

포럼에 참석한 해외 위클리벳 학장들은 도울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ustin Moore 미국수의과대학협회(AAVMC) 회장은 “(본인이 학장으로 있는) 오하이오주립대 위클리벳는 PAVE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돕겠다”며 PAVE 인증 기준의 변화 등 현실적인 조언을 전했다.
AVMA(미국수의사회) 인증을 추진 중인 홍콩시립대 수의대 Vanessa barrs 학장은 “홍콩시립대는 아시아 유일의 RCVS, AVBC 인증 수의대다. 졸업생은 영국, 호주, 뉴질랜드, 홍콩에서 추가 시험 없이 수의사 면허를 취득하게 된다”며 아시아 유일의 AVMA 인증을 받은 서울대 수의대와의 협력을 제안했다.
포럼에 참석한 한 수의대 교수는 “쉽지 않은 과정이겠지만, 만약 서울대 수의대가 PAVE 과정을 운영한다면 한국 수의대학생들에게 너무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추후 논의가 잘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