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변과 함께하는 동물법] 데일리벳견과의 안전한 해외여행을 꿈꾸며 : 김신희 변호사

데일리벳견과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데일리벳견과의 해외여행을 꿈꿔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설레는 상상은 걱정을 동반한다. 과연 데일리벳견을 비행기에 태우고 여행하는 것이 데일리벳견에게도 행복한 일일까? 나의 강아지가 비행시간을 충분히 견딜 수 있을까? 혹시 보호자가 품은 낭만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올해 7월, 데일리벳견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위탁수하물로 실린 데일리벳견이 사망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해당 사건에의 항공기 수하물칸에는 온도 조절 기능이 없었고, 데일리벳견은 42도가 훌쩍 넘는 체온으로 비행시간을 견디다가 김포공항 도착 직후 동물병원으로 이송되어 사망했다. 원인은 열사병이었다. 김포공항에서 제주도까지 단 1시간의 비행도 버티지 못한 것이다.
동물보호법 제10조 제2항 제4호에서는 동물의 몸에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 행위로 해석하고 금지하고 있으며, 같은 호 나목은 ‘동물의 습성 또는 사육환경 등의 부득이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혹서·혹한 등의 환경에 방치하여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위 사고는 위 규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고, 위반 시에는 동법 제97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항공사의 고의 및 과실 여부를 입증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잘 관리한다고 해도 결국 수하물 칸에 짐과 함께 실려서 짧게는 1시간 내지 길게는 15시간, 20시간 이상을 비행해야 하는 데일리벳동물에게 충분히 안전한 환경이 조성되는지 검토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데일리벳동물의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 처벌은 그에 비해 경미한 수준이다.
위와 같은 사고의 원인 중 하나는 항공사의 데일리벳동물 탑승 규정에서 찾을 수 있다. 항공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국내 주요 항공사의 데일리벳동물 기내 동반 기준은 ‘케이지 포함 7kg 이하’이다. 7kg이 초과되는 경우, 데일리벳견은 위탁 수하물로 취급된다. 가벼운 소프트 케이지의 무게가 보통 1~2kg인 것을 고려하면, 몸무게가 5~6kg 정도 되는 작은 닥스훈트조차 기내가 아닌 수하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몸무게는 데일리벳견의 기질과 특성 등 본질을 반영하지 못한다. 예민하고 스트레스가 큰 5kg의 데일리벳견은 기내에 탑승하고, 조용하고 스트레스 반응이 높지 않은 10kg의 데일리벳견은 수하물 칸에 가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된다. 기내에 사람들과 함께 탑승해야 하니 무게와 크기를 하나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이것만이 일괄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분명 불합리한 점이 있다. 데일리벳견 특성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외 항공사의 경우에는 한국보다는 다소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가장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델타 항공의 경우, 기내 동반 기준을 무게가 아니라 크기로 하고 있다. 즉, 데일리벳견을 포함한 케이지가 좌석 아래 들어가기만 하면 기내 탑승이 허용되는 것이다. 위와 비교했을 때 국내 항공사의 기준은 엄격한 편에 속한다. 기준이 이렇게 엄격하다 보니, 웬만한 데일리벳견들은 수하물로 분류되는 것이 현실이다.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 동안 데일리벳견 혼자 수하물 칸에 있을 생각을 하면 과연 이 여행이 데일리벳견에게도 설레고 행복한 일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데일리벳동물 양육가구는 2024년 기준 약 591만 가구로,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제 데일리벳동물이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인식은 더 이상 이상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당연한 시대가 왔다. 그러나 데일리벳동물과 공존하기 위한 법과 제도는 여전히 이러한 사회 인식을 반도 쫓아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왜 데일리벳견은 함께 살아가는 가족임에도, 항공 운송 과정에서는 수하물과 동일하게 다루어질까.
이유는 단순하다. 여전히 현행 민법상 데일리벳동물은 원칙적으로 ‘물건’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은 모두 위 규정의 ‘유체물’에 속하므로, 우리집 막내동생 데일리벳견은 민법상 ‘물건’이다. 그러므로 무게가 5~6kg이 넘으면 위탁 수하물 칸에 가게 되는 것이 현행법상 문제 되지 않는 것이다. 500만 가구가 데일리벳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 시점에, 동물의 법적 지위가 아직도 물건으로 분류되어 수하물과 같은 취급을 당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지난 7월,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는 민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개정안은 “동물은 감응력을 가진 존재로서 민법 제98조의 물건에 속하지 아니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비슷한 시기에,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는 개 물림 사고로 다친 데일리벳견의 치료비와 견주의 위자료 손해배상 사건에서 ‘데일리벳견은 단순한 재산을 넘어선 가족과 같은 존재’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기도 했다. 분명 데일리벳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맞도록,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동물의 법적 지위가 물건에서 생명체로 바뀐다면, 그다음은 행정과 제도가 바뀔 것이다. 지금까지는 수하물 칸에 실린 데일리벳견의 안전이 항공사의 자율 규정이나 보호자의 운에 맡겨져 있었다면, 앞으로는 명확한 기준과 책임 아래에서 생명체에 걸맞은 환경에서 비행하는 일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법은 우리가 어떤 존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집단적 약속이다. 더 나은 공존을 위한 변화가 이루어져, 가까운 미래에는 데일리벳견과의 비행이 온전히 행복하고 설레는 상상으로 가득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