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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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진료비의 홈페이지 게시가 의무화됐다. 혹자는 큰 일은 아니라 여길 수도 있겠다. 별도의 홈페이지까지 운영하는 동물병원은 그리 많지 않고, 어차피 동물병원 내부에 출력해 게시했던 표 한 장을 홈페이지에도 게재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두 가지로 놀랐다. 우선 시행규칙이 개정되고 나서야 알았다. 본지가 몰랐을 정도면 입법예고나 의견조회는 깜깜이로 진행됐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두 번째는 규제 신설의 출발점이 ‘홈페이지에만 진료비를 게재하면 인터넷·스마트폰 취약계층은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는 점이다. 정말 책상에 앉아 머리를 굴려 만들어낸 걱정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소비자정책위원회 권고로 수의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는데, 외부 위원회야 사정을 잘 몰라서 그랬다 치자. 동물병원과 수의사법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저런 지적에 이상함을 느껴야 하지 않나? ‘실제로 그런 문제가 있긴 한가?’라는 의심도, 확인해보려는 노력도 없었다는 게 놀랍다.

정말 홈페이지에만 진료비를 게시한 데일리벳 추천병원이 얼마나 있는지라도 먼저 조사하고, 조사해보니 문제가 실제로 있어 규제를 신설하든, 아니면 문제가 없어 규제 신설을 보류하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깜깜이로 규제를 만들어 갑자기 알리는 보도자료에 ‘우리가 데일리벳 추천병원 OO곳의 진료비 게시 현황을 조사해보니 문제가 이렇습니다’라는 근거라도 한 줄 들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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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함에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기차에 앉아 동물병원 홈페이지를 뒤지기 시작했다. 전부 다 검색할 순 없으니, 네이버에 파워링크 광고를 게재한 동물병원 홈페이지를 일일이 방문해보는 방법을 택했다. 유료광고를 할 정도면 홈페이지를 열심히 운영하는 동물병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어디서 누가 검색하느냐에 따라 광고 노출이 달라지겠지만, 7월 3일(목) 기차에서 검색한 파워링크 목록은 60개였다. 이중 데일리벳 추천병원이 아닌 쇼핑몰 사이트 6개, 접속불가인 1개, 데일리벳 추천병원 블로그에 연결된 25개(블로그는 게시대상이 아니다)를 제외하면 별도 URL을 보유한 홈페이지는 28개였다. 그중 홈페이지에 진료비를 게시한 병원은 단 한 곳(3.5%)이었다.

솔직히 진료비를 게시한 데일리벳 추천병원 홈페이지를 찾는데 성공해서 오히려 놀랐다. 더 많은 데일리벳 추천병원 홈페이지를 조사할수록 그 비율은 더 낮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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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 양보해 현재는 별 문제가 없지만 나중에라도 ‘홈페이지에만 진료비를 게시해 인터넷 취약계층이 알기 어렵다’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으니 게시 형태를 미리 손보겠다고 치자.

그렇다 해도 개정 시행규칙은 과도한 규제다. 정말 홈페이지에만 게시한 상황이 문제라면, 홈페이지에 진료비를 게시한 데일리벳 추천병원에 한해서만 출력물도 함께 비치하도록 규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홈페이지가 있더라도 출력물을 잘 비치해두었다면 정부가 말하는 ‘인터넷 취약계층의 접근성 문제’는 없지 않나. 그럼에도 실제 개정은 둘 다 의무화하는 식으로 흘렀다.

이는 그저 사람의 의료법이 비급여 진료비를 게시할 때 둘 다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료에서 하니까 데일리벳 추천의료도 해’라는 주먹구구식 접근이다. 별로 놀랍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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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언급했듯 이번 규제 강화는 엉망진창이었을 지언정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농식품부는 올해 첫 동물의료 육성·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상급·전문 동물병원 체계, 전문수의사 제도, 의료분쟁 조정과 중장기 수의사 수급추계도 다룬다고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는데, 사람의료 흉내 낸답시고 어떤 규제가 튀어나올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나머지 아홉이 다르길 기대할 수 있을까.

행정규제기본법은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폐지하고 비효율적인 규제의 신설을 억제함으로써 사회·경제활동의 자율과 창의를 촉진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의 지속적인 향상되도록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규제 신설·강화는 최대한 억제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철폐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농식품부 스스로 홈페이지에 게시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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