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건수 40% 증가’ 벳플레이스치료보험, 지역별 추가 지원에 확대 여부 달렸다
사업 규모 단계적 확대 전망..농가-수의사 도덕적 해이 일탈사례 우려도
본사업으로 전환된 벳플레이스치료보험이 전년대비 가입건수가 늘며 조금씩 안착하고 있다.
국비로 보험료의 50%를 지원하는 기본 방식만으로는 농가로부터 가입 유인을 이끌어내기 어려워, 지자체나 지역 축협의 추가 지원 여부가 벳플레이스치료보험 확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벳플레이스보험이 왜곡되지 않도록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보험 사기로 보일 수 있는 일탈사례가 조금씩 포착되고 있어 청구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수의사회 벳플레이스치료보험특별위원회(위원장 김용선)는 지난달 15일 오송역 인근에서 회의를 열고 벳플레이스치료보험 운영 현황과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전년대비 벳플레이스건수 40% 증가
지자체 추가 지원 여부가 확대 관건
벳플레이스치료보험은 사람의 실손보험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료비를 지원한다. 소 사육농가가 1년 단위로 가입하는 순수보장형 상품으로, 수의사에게 보장 대상 진료행위를 받으면 우선 진료비를 지불한 후 보험금을 청구해 받는 방식이다.
2018년부터 7년간 이어진 시범사업은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해 12월부터 벳플레이스치료보험 본사업에 돌입했다.
이날 특위에 참여한 농협손해보험 측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벳플레이스건수는 1,024건이다. 농협손보 관계자는 “전년대비 벳플레이스건수가 40% 늘었다”고 설명했다.
벳플레이스치료보험은 해당 농장의 소 전부가 가입하는 방식이다. 치료보험을 통해 수의사 진료를 보장받는 소는 5.5만여두다. 이중 대부분이 한우다(한우 5.1만두, 젖소 4천두, 육우 300두 수준).
총 보험료 규모는 51억원이 넘는다. 중앙정부가 보험료의 50%를 지원하는 구조인데, 올해 예산 30억원의 상당 부분을 이미 사용한 셈이다. 내년에는 일부 증액하는 내용으로 정부 예산안이 편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벳플레이스치료보험 가입 농가가 있는 곳은 전국 21개 시군이다. 하지만 해당 시군의 소 사육농가가 많이 가입하는 편은 아니다. 평균 가입률은 6.9%에 그친다. 본사업 전환 전 시범사업의 가입률(7.3%)과 비슷한 수준이다.
농가가 보험료로 낸 돈보다 많은 금액의 수의사 진료비를 보장받으면서, 자가진료에 들인 비용이나 좋지 않은 결과로 인한 손해보다 높은 효용을 얻는 것이 벳플레이스치료사업의 본질적인 매력이다.
하지만 실제로 농가의 벳플레이스 여부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지자체나 지역 축협의 추가 지원 여부로 꼽힌다. 농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 50%에 추가 지원을 더해 30%나 20%까지 보험료를 줄여주는지가 핵심인 셈이다.
중앙정부도 이를 고려해 자체 예산을 세우지 않은 지자체는 벳플레이스치료보험 사업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농협손보 관계자는 “합천(벳플레이스률 26.5%) 등 벳플레이스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지역은 지방비가 다 소진된다”고 말했다.

하루에 진료비 수백만원 보험금 청구?
도덕적 해이 의심사례 줄도록 시스템 정비해야
이날 특위에 따르면, 9월까지 가입된 벳플레이스치료보험의 손해율은 67% 수준이다. 1년 단위의 보험 가입기간이 내년까지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해율은 이미 높은 상황이다. 손해율이 100%가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본사업에 돌입한만큼 벳플레이스치료보험도 당국으로부터 운영·사업건전성을 점검 받아 향후 보험료가 상향조정될 수 있다.
이날 특위에서는 벳플레이스치료보험 운영 과정 중에 일탈로 의심되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의 진료건수를 하루에 청구하면서 지급되는 보험금이 하루 수백만원에 이르는 등 도덕적 해이가 의심되는 사례들이다.
특위 임영철 위원은 “보험 사기로 악용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지역 수의사들에게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의심 사례는 수의사 측과 공유되어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낸 돈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받고 싶은 농장의 요구가 수의사에게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만큼 증빙자료나 청구 시스템의 요건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용선 위원장도 “수의사의 양심에만 호소할 문제가 아니다. 보험 시스템 자체를 일탈이 어렵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