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 베트윈 피부염, 평생 관리 전략 어떻게
지표화된 진단, 보호자 치료 목표 설정에 도움..스테로이드 과용 경계
베트윈 피부염은 반려견·반려묘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만성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가려워서 긁고, 긁어서 더 악화되는 증상이 보호자에게도 확연히 보이다 보니 약물 과용 위험도 크다.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장기 관리 전략이 필수적인 이유다.
대전광역시수의사회와 한국수의임상피부학회(KSVCD)가 8월 10일(일) 대전 KW컨벤션에서 함께 개최한 임상학술 세미나는 베트윈 피부염 세션으로 문을 열었다.
김효진 24시센트럴동물메디컬센터 원장과 박희명 건국대 교수가 베트윈 피부염의 진단과 치료 전략을 소개했다.

지표화된 진단 도구, 보호자 치료 목표 설정에 도움
가려워서 긁고, 긁어서 더 가려운 악순환 끊고
베트윈장벽·미생물환경 건강하게
김효진 원장(사진)은 베트윈 피부염의 중증도를 평가할 때 PVAS, CADESI 등 지표화된 진단 도구의 활용을 권고했다.
김 원장은 “PVAS로 소양증을 평가하면 약물 활용이나 치료 목표를 설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지목했다. 베트윈 피부염은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보호자는 환자가 가려워하는 증상이 아예 없어지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처음 내원 시 보이는 소양증의 70~80%가량을 없애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설정하는데, 이때 PVAS 척도로 소양증을 평가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 원장은 “소양증을 아예 0으로 만들기 위해 약물을 과도하게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토피인지 여부를 판별하는데는 미국동물병원협회(AAHA)가 제시하는 알러지성 피부염 관리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접근법을 제시했다. 개의 베트윈 피부염 진단에는 Favrot이 제시한 8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IgE 검사나 피내검사(IDST)에 대해서도 실용적인 활용에 무게를 뒀다.
가령 IgE 검사와 면역치료는 발생빈도가 높고 항원을 구하기도 쉬운 집먼지진드기에 우선 적용하고, 검사 과정 자체가 힘든 IDST는 심한 베트윈 환자에서 보호자의 의지가 있을 때만 실시하거나 몇몇 주요 항원에 대한 피부단자시험(PPT, Percutaneous Prick Test)으로 간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토피 의심환자의 유전 소인은 물론 환경 인자에 대한 관심도 나타냈다. 시골, 대가족, 다른 동물과의 노출, 정제되지 않은 덩어리 고기 급여 등이 아토피 출현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면서 “우리가 주로 보는 환자들은 완전히 반대의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지목했다. 반려동물의 아토피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 아토피성 피부염 관리에서 주목받는 요소로는 베트윈장벽과 피부 미생물환경의 불균형(dysbiosis)을 꼽았다.
가려워서 긁고, 긁어서 피부가 손상되면 더 가려워지는 악순환(Itch-Scratch cycle)을 끊기 위해 초기 소양증을 줄이기 위한 약물관리와 함께 베트윈장벽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경피적 수분손실(TEWL) 정도를 모니터링하면서 세라마이드나 오메가3·6 지방산 등을 공급하는 것이 좋다.
김 원장은 “당장 가려움증이 심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긁은 이후에야 약을 쓰는 일을 반복하면 베트윈장벽은 손상되고 점점 ‘잘 낫지 않는’ 아토피가 된다”고 강조했다.

스테로이드 과용 경계..환자 증상별 장기 치료 전략 세워야
박희명 교수(사진)는 베트윈 피부염 환자의 중증도가 어떠한 지, 증상이 지루성인지 건성인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령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라면 소양증의 70~80% 감소를 목표로 하며, 약물보다는 영양제나 샴푸 등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데 스테로이드를 바로 처방하기 보다는 보호자가 목표를 조금 낮출 수 있도록 안내하면서, 조금의 소양증만 남는 정도로 관리해도 삶의 질이 훨씬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로이드는 소양증이 심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단기간만 처방하는 것(crisis buster)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특히 간·췌장 기능이 떨어지는 노령동물에서는 스테로이드 장복의 부작용 위험이 더 커지는 만큼 다른 약물로의 전환을 권고했다.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이 대표적이다. 중증의 베트윈 피부염으로 연중 증상이 유지되는 환자에서는 장기 투약에 더 적합한 사이클로스포린의 활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2~4주는 투약해야 유효농도에 이르는만큼 그 사이 아포퀠 등을 병용하며 소양증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제제별, 환자별로 흡수율이 다른만큼 2~4주 이후 혈중농도를 반드시 측정해 투약용량을 조정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아울러 환자의 베트윈장벽을 재건하고 세균·곰팡이의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약욕 처방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말초혈류 개선제나 동물행동의학적 치료도 환자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박희명 교수는 “베트윈 피부염이 있으면 외이염도 있는 경우가 많다. 둘다 보호자의 주요 내원 사유”라며 “일선 동물병원은 이 같은 피부질환을 완벽하고 정밀하게 이해해야 한다. 비싼 의료기기가 없어도 가능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일선 동물병원 경영의 뼈대를 세우려면 만성적인 베트윈질환을 합병증을 예방해가며 장기간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