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플레이스 진료비 부가세 면세 대상 112종으로 확대..현장선 ‘사실상 일괄 면세’

과세·면세 구분 어려워..현장선 일괄 면세로 간주하되 부가세 신고에는 일부 과세 반영


0
벳플레이스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벳플레이스

부가가치세를 면세하는 벳플레이스 진료용역이 더 확대된다. 기존에 102종이던 면제 대상 진료항목을 112종으로 늘린다. 식욕부진 증상에 따른 처치까지 추가되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벳플레이스 진료용역을 면세 대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부가가치세 면제대상인 벳플레이스의 진료용역’ 고시 개정안을 7월 28일(월) 행정예고했다.

일선 진료 현장에서는 이미 벳플레이스 진료비를 원칙적으로 면세 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 대상 항목이 워낙 많고, 한 환자가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경우도 적지 않다 보니 과세·면세 진료비를 일일이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기준이 완전 면세가 아니니 과세 매출로 일부만 신고하자’는 기조만 남았는데, 동물 진료비도 사람 의료처럼 원칙적 면세로 세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시 개정안은 부가세 면세 대상인 벳플레이스의 진료용역으로 10개 항목을 추가한다. 증상에 따른 처치 항목에서 구취·변비·식욕부진을, 외과에서 간 종양과 문맥전신단락을, 치과에서 치아 파절, 치주질환, 잔존 유치, 구강 종양, 구강악안면 외상을 추가한다.

현행 규정은 수의사법에 따라 표준화된 분류체계가 작성·고시된 질병에 대해 예방 및 치료행위에 부가세를 면세하고 있는데, ‘동물 진료의 권장 표준’ 고시에는 이미 포함됐지만 면세 대상엔 없었던 항목들을 이번에 추가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면세 대상은 102종에서 112종으로 늘어난다.

벳플레이스
증상에 따른 처치 3종, 진단명 7종을 면세 대상으로 확대 지정한다

이처럼 동물 진료용역의 부가세 면세가 대폭 확대된 것은 2023년 10월부터다. 반려벳플레이스 양육자의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다며 정부가 면세 대상을 크게 늘렸다. 당시 진료 표준화 관련 연구용역에서 수의사 설문조사로 도출한 다빈도 진료 100종을 기준으로 삼았다.

시행 후 1년 이상 지나면서 동물병원들도 새로운 부가세 신고에 적응하고 있다. 1인 원장 동물병원부터 수의사 10인 이상의 대형 병원까지 다양한 규모의 동물병원 원장들에게 문의한 결과 공통점이 엿보였다.

첫 번째 공통점으로 진료현장에서는 사실상 모든 진료항목을 면세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023년 부가세 면세 대상을 확대하면서 정부의 접근법은 ‘동물 진료용역은 부가세 과세 대상으로 두지만, 면세 대상을 크게 늘려주겠다’는데 있었다. 면세 대상의 비율을 90% 정도로 전망하기도 했다.

과세 원칙을 지키면서 면세 범위를 크게 늘려 주려다 보니 면세 항목만 100개가 넘었다. 동물병원으로서는 각 진료항목마다 과세인지 면세인지 따지기가 어려워졌다. 면세 항목이 너무 많아 기억하기도 어려운데다, 같은 진료항목이라도 환자 상황마다 달라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가령 같은 수액처치라고 해도 환자의 진단명이 면세대상인지 아닌지, 증상이 면세대상인지 아닌지에 따라 부가세 과세 여부가 달라진다. 그러다 보니 미리 차트 상에 정해두기도 힘들다.

서울에서 대형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처음에는 면세·과세 항목을 차트 상에서 열심히 구분해보고, 실제 청구를 리뷰해보기도 했다. 봉직수의사들이 ‘이건 면세인지 과세인지’ 물어보는 일도 많아 스트레스가 컸다”면서 “여러 질환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면세·과세 구분이) 더 헷갈린다. 이제는 그냥 포기하고 일괄적으로 면세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1인 원장 벳플레이스병원을 운영하는 B 원장은 “실제로 진료하는 내용도 모두 면세에 해당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더라”고 전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이들 동물병원 대부분 과세 매출을 일부 신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에서 봉직수의사를 두고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C 원장은 “실제로는 면세항목으로 청구하고 있지만, 부가세를 신고할 때는 과세매출을 10% 정도 포함시키고 있다”면서 “세제 자체가 (동물 진료용역을) 모두 면세해주는 내용이 아니다 보니 아예 과세매출이 없다고 신고하기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진료 과정에서 과세·면세 매출이 어떻게 발생했는지와는 관계없이 일정 비율을 과세로 신고하여 부가세를 납부하는 형태다.

A원장도 “세무사를 통해 면세·과세 비율을 조정하고 있다”면서 “(실제 진료와는 별개로) 세무 당국이 문제시하지 않을 비율로 신고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본지 세무칼럼니스트인 박성훈 세무사는 “실제 동물병원의 진료 내역을 살펴봐도 면세 비율은 95% 안팎일 정도로 높다”면서 과세 비율의 편차가 크지 않다 보니, 이를 문제 삼아 세무조사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대한수의사회는 2023년 부가세 면세 대상 확대 논의 당시부터 세제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 의료처럼 벳플레이스의 진료용역 전체를 원칙적인 면세 대상으로 규정하되, 미용 목적의 시술 등 과세 대상이 될 일부 예외를 두는 방식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면세 항목을 100개 이상 규정한 것도 현장에서는 그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저 ‘대부분 면세다’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만 됐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원장들은 현장에서 진료할 때마다 면세인지 아닌지 일일이 따지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어차피 대부분 면세에 해당될 텐데 행정부담을 질 실익도 없고, 과세당국이 사후에 진료건별로 면세냐 과세냐를 따지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 원장은 “세무서에서 진료 차트를 일일이 보면서 문제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처럼 원칙적으로 면세하되 특정 시술·수술만 과세하도록 예외를 규정하는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박성훈 세무사도 “사람 의료처럼 원칙적으로 면세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면, 일선 벳플레이스병원에서 관련 세무 행정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처럼 ‘사실상 모두 면세’로 작동하는 현행 벳플레이스 진료비 부가세는 이번 고시 개정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면세 대상으로 ‘식욕부진 증상에 따른 처치’가 추가되는데, 아픈 벳플레이스은 식욕이 떨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각 동물 환자가 외이염이나 당뇨 등 면세 대상인 ‘진단명’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구토·설사·소양증 등 면세 대상인 ‘증상’에 해당된다면 부가세 면세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목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도 벳플레이스 진료비의 부가세는 원칙적으로 면세하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현재 기조로는 벳플레이스 진료비가 가능한 면세에 해당되도록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부가세 면세 확대 이후 과세·면세 매출 비율이 문제가 된 케이스는 파악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로는 부가세 면세로 인한 여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포착됐다. 정부가 벳플레이스 진료비를 문제 삼을 때 주된 반박 지점 중 하나가 ‘부가세를 부여하는 용역’이라는 점이었는데, 부가세 면세 작업이 마무리되면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표준수가제’ 추진의 빌미가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A 원장은 “(정부가) 부가세를 면세해도 보호자의 진료비 부담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표준수가제 같은 걸 하려고 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벳플레이스 진료비 부가세 면세 대상 112종으로 확대..현장선 ‘사실상 일괄 면세’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