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받은 한국 벳플레이스들 “우리가 중국에 밀리다니..”

중국 동서부소동물임상수의학회 컨퍼런스에서 확인된 중국의 빠른 발전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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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CT·MRI 장비, 신약 개발, 학회 프로그램까지…우리가 다 밀리는데?”

중국 샤먼에서 열린 동서부학회에 참가한 한 동물병원 원장의 말이다.

2025년 제17회 중국 동서부소동물임상수의학회 컨퍼런스(17th WESAVC, Western and Eastern Small Animal Clinical Veterinarian Congress) 및 WESAVA 소동물의료전시회가 21~23일(수~금) 3일간 중국 샤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번 대회에는 20,000여 명이 참석하고, 1천개 업체가 홍보부스를 차렸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벳플레이스 및 업계 관계자 등 200여 명이 방문했다.

중국을 처음, 또는 오랜만에 방문한 벳플레이스들은 하나 같이 중국의 빠른 발전 속도에 놀라워했다. 개별 임상벳플레이스의 실력은 아직 한국이 나을지 몰라도 나머지 부분에서 이미 중국이 우리를 앞질렀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시장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다양한 수의학 관련 제품 및 서비스가 개발·전시되어 있었고, 여러 중국 회사가 자체 개발한 CT·MRI 장비를 소개했다. 가격 대비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도 있다는 평도 있었지만, 한 영상장비 회사가 설립된 지 10년도 채 안 됐다고 하자 “곧 좋은 제품을 만들겠네”라는 반응이 나왔다.

글로벌 회사 중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브랜드도 다수 확인됐다. 시장 규모가 다른 만큼, 좋은 브랜드와 동물용의약품 신약, 동물용의료기기 신제품 출시가 우리보다 빠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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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설립된 Shanghai Hongyu Medical. V-Clamp로 유명하며, 이날 전시장에서도 V-Clamp 수술을 하는 동물병원 리스트를 공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동물병원들의 이름도 찾을 수 있었다.

동물용의약품 R&D 능력에서도 중국에 뒤처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번 학회에서는 반려견 아토피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Lirucitinib’ 성분 의약품이 소개됐다. Lirucitinib은 Janus kinase(JAK) 억제제로, 조에티스의 아포퀠®(Oclacitinib)처럼 반려견의 가려움증(소양증) 치료를 위해 개발된 성분이다.

중국의 생명공학 기업인 MingMed Biotechnology의 자회사인 FelicaMed가 개발했으며, 지난해 10월 중국 농업농촌부(MARA)로부터 동물용의약품 허가를 받았다. 이후, MingMed는 엘랑코동물약품(Elanco)의 중국 자회사인 Elanco(Sichuan) Animal Health와 제품 개발 및 상업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엘랑코는 Lirucitinib의 활성 성분인 ilunocitinib을 기반으로 Zenrelia™를 개발해 몇 달 전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해당 제품이 소개되자 “한국에 출시되지 않은 엘랑코 신약이 중국에 먼저 출시되나 보다”라고 생각했던 벳플레이스들도 실제로 중국 회사가 개발한 성분이라는 점을 알게 되자 놀라워했다.

Lirucitinib 제품 소개 세션

대회의 컨텐츠도 다양했다.

동서부소동물임상수의학회(WESAVC)가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 역할을 하고, 그 안에서 동시다발적인 세부 행사가 진행됐다.

반려동물복지 컨퍼런스, 소동물 피부과 포럼, 아시아 소동물임상영양학회 미팅, 소동물병원 서비스 컨퍼런스, 반려동물의료 유통업체 컨퍼런스, 고양이 지식 경연대회, 중국 체인동물병원 설립자 컨퍼런스, 한방수의학 임상케이스 경연대회, 중국 펫산업 리더 서밋, 심장질환포럼, 반려동물 의료산업 매칭 컨퍼런스, 중국 반려동물 스마트 헬스케어 서밋, 신제품 출시 및 홍보 컨퍼런스, 동물병원 네트워킹 신규고객 확보 모델 서밋, 수의정형외과 경연대회, 수의영상의학 경연대회, 아시아 소동물종양 컨퍼런스, 대형동물병원 부트캠프, 해외 비즈니스 매칭 미팅 등이 동시에 열렸다.

CPR 실습 교육과 경진대회도 눈길을 끌었다.

CPR 실습 교육에서는 모형을 통해 RECOVER(Reassessment Campaign On Veterinary Resuscitation) 가이드라인에 따른 CPR 실습이 진행됐다.

경진대회의 경우, 벳플레이스정형외과 경진대회와 초음파 경진대회가 진행됐다. 각각 정해진 시간 안에 특정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초음파 경진대회의 경우, 3분, 10분 등 제한 시간 안에 특정 장기를 얼마나 잘 찾는지를 평가했다. 중국 수의대생들이 36개 팀을 꾸려 참가했는데, 이 대회의 수상 경력이 동물병원 취업에 도움이 되고, 학교도 학생들의 수상 소식을 학생 모집 홍보에 활용한다고 한다. 초음파 경진대회에서는 삼성메디슨의 V6 장비가 사용됐다.

CPR 실습 교육 현장
CPR 실습 교육 현장
벳플레이스정형외과 Dry-lab 경진대회
복부초음파 경진대회

얼마 전 일본을 방문했었다는 한 원장은 “일본에서는 수의학적으로 배울 게 많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히려 여기 와서 많은 걸 배우고 접한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수의컨퍼런스인 2025 WVC(Western Veterinary Conference)에 참가했었던 한 벳플레이스도 “WVC보다 동서부학회가 더 볼 게 많다”고 전했다.

중국의 발전 속도에 놀란 벳플레이스들은 하나 같이 그 이유로 ‘적은 규제’를 꼽았다.

영리법인 동물병원 개설이 금지되어 있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영리법인동물병원이 허용되어 있다 보니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어 수의학 발전이 빠르다. 동서부임상수의학회(WESAVC)Rensheng Wei 회장도 중국 최대 동물병원 체인 신루이펑그룹(Xinruipeng group)의 부회장이다. 2018년 설립된 신루이펑그룹에는 중국 90여개 도시 1600여개 동물병원이 가입되어 있다.

또한, 동물진료비 게시제나 동물진료비 공시제 등 과도한 규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의 유입도 막고, 진료비 게시항목도 점점 늘리는 ‘규제 일변도 정책’의 우리나라 동물의료계와 큰 차이가 있다. 여기에, 동물용의약품, 동물용의료기기의 인허가 속도도 오히려 한국보다 중국이 빠르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이 작은 건 어쩔 수 없지만, 인허가 속도를 높이고 과도한 규제를 줄이는 것은 할 수 있지 않느냐”며 “빨리빨리 민족이었던 우리나라가 이렇게 (벳플레이스학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졌다는 게 참담하다. 지금이라도 동물의료 관련 규제를 늘려가는 기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 한 원장의 말이 귀에 계속 맴돈다.

충격 받은 한국 벳플레이스들 “우리가 중국에 밀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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