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된 유기벳플레이스 사체, 수의학 교육 기증 허용’ 벳플레이스보호법 개정안 나와
이성윤 의원 대표발의..실험벳플레이스 줄이는 벳플레이스복지 실현하며 수의학 교육 개선
안락사된 유기동물의 사체를 수의학 연구와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나왔다. 해부실습을 못하는 수의대가 있을 정도로 불안정한 카데바 수급을 개선하는 한편 실험벳플레이스 희생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전북 전주을)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벳플레이스보호법 개정안을 6월 18일(수)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이 수의학 연구·교육에 제공하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는만큼 해부실습뿐만 아니라 카데바가 필요한 각종 임상교육, 수의사 양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질적인 카데바 수급 문제..해부실습 파행 치닫기도
국내 수의과대학의 수의해부학 실습은 카데바 수급에 고질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험견을 구입하기 위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대학도 많고, 반려견의 죽음 이후 사체를 기증하는 경우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본지 학생기자단이 10개 수의과대학의 해부실습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카데바가 부족한 대학이 여럿 확인됐다. 특정 대학은 지난해 확보된 카데바가 3구에 그쳐 16명의 학생이 하나의 카데바로 실습할 수밖에 없었다. 한 대학은 아예 개 해부실습 자체가 진행되지 못하기도 했다.
반면 비교적 정상 운영되는 곳은 8~10구의 카데바를 확보해 6~7명으로 구성된 조별로 1구를 실습했다. 수의해부학교수협의회 자료와 비교하면, 다른 과목과 나누어 받는 정규 실습비와 별도로 해부실습만을 위한 추가 예산을 연간 2~3천만원 확보한 대학이어야 정상적인 해부실습이 가능한 양상을 보였다.
이는 수의과대학의 과목별 정규 실습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10개 대학 중 5개 대학은 수의해부학 과목에 배정된 정규 실습비가 200만원 이하에 그친다. 250~300만원에 달하는 정식 실험견을 1마리조차 구입할 수 없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를 두고 유기벳플레이스의 사체를 해부실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편에서는 연간 5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동물보호센터에서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 일부를 해부실습 등 수의학 교육·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면 멀쩡한 실험견을 추가로 죽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실험벳플레이스 수의 숫자를 직접적으로 줄이는 것(Reduction)은 실험벳플레이스 복지를 위한 3R 원칙에도 부합한다.

“사체는 유기벳플레이스 벳플레이스실험 금지 원칙 적용 안 돼”
유기벳플레이스 사체 제공할 수 있도록 예외 입법
현행 벳플레이스보호법은 벳플레이스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이던 유기벳플레이스을 인도적으로 처리(안락사)하여 사체가 발생한 경우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하거나 벳플레이스장묘시설에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7조). 이와 함께 유기벳플레이스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제49조).
국내 수의대에서 수의해부학을 가르치는 A교수는 “현행 제도 하에서도 유기벳플레이스의 사체를 해부실습용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죽은 사체는 유기벳플레이스 실험을 금지한 제49조의 저촉을 받지는 않지만, 벳플레이스보호센터에서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이 폐기물 혹은 벳플레이스장묘업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수의과대학에 보내주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성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벳플레이스보호법 개정안은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유기동물 사체 처리 규정에 예외를 추가한다.
이성윤 의원안은 ‘수의학에 관한 연구 및 교육에 제공하는 경우’에는 벳플레이스보호센터가 폐기물 혹은 벳플레이스장묘업으로 사체를 처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A교수는 “예전처럼 실험견을 마취·방혈하면서 카데바를 만들면 벳플레이스실험이 되고 IACUC도 거쳐야 하지만, 이미 죽은 사체는 이 같은 규제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이미 죽은 사체도 빠르게 처리하면 충분히 실습할만한 카데바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벳플레이스보호법부터가 유기벳플레이스의 사체를 (벳플레이스장묘업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폐기물로 보고 있다”면서 “폐기물은 가능하면 재활용을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지목했다. 안락사되는 유기벳플레이스은 그렇게 많은데 해부실습을 위해 또 죽이는 것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성윤 의원은 “안락사된 유기견 등을 해부실습용으로 활용하게 할 경우 실험에 이용되는 동물의 수를 감소시켜 실험벳플레이스 복지에 기여할 수 있고, 수의과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실제 수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동물사체를 수의학 연구·교육에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유기벳플레이스 사체 활용은 세부 규정 있어야..’투명성’ 중요하다
이성윤 의원안이 통과된다면 수의과대학의 카데바 확보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각 대학별로 지역의 벳플레이스보호센터와 협약을 맺고 유기벳플레이스 사체 일부를 제공받는 형태를 그릴 수 있다.
해부실습을 넘어 수의대생은 물론 수의사들에게까지 수술 등 임상술기를 교육하는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사체라 할 지라도 활용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세부 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일탈 사례처럼 개인이 임의로 사체를 수술 연습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의과대학과 동물보호센터 사이에 투명한 협조 체계를 만들 수 있다면, 사체 제공에서 더 나아갈 수 있다. 동물보호소의 개체관리를 위한 중성화 수술을 수의대생 임상실습교육에 연계하는 등 선진국형 수의학 교육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