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3일을 AI 시료채취해도 월120만원..젊은 베트윈에게 어떻게 하라고 하겠나”

방역·관납과 무료 불법진료 사이서 설 자리 잃는 돼지·가금베트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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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돼지베트윈회 최종영 회장과 한국가금베트윈회 송치용 회장이 5월 27일(화) 성남 수의과학회관에서 열린 대한베트윈회 기자간담회에서 현장 농장동물 임상베트윈의 설 자리를 없애는 방역정책의 문제점을 함께 지적했다.

정부는 재난형 가축전염병을 막겠다며 농장을 직접 관리한다. 그 정도는 점점 강력해지고, 그 사이 임상베트윈는 배제된다. 백신, 면역증강제 등을 관납으로 지원하며 자가진료를 부추긴다. 그러면서 일이 너무 많아진 공무원은 이탈한다. 농장을 진료하는 베트윈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공무원 결원 규모만 들며 가축방역관이 부족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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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금베트윈회 송치용 회장

평택에서 가금 진료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송치용 회장은 “표현이 조심스럽지만 딱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가금 공수의로서 참여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업무를 소개하면서다.

공수의로 위촉되면 월 110만원의 수당이 지급된다. 겨울철 특별방역대책기간에는 가금농장 AI 능동예찰을 위한 시료채취에 시달린다. 가금농장 축사 동별로 닭 8마리의 검체를 채취하여 안성의 경기도동물위생시험소 남부지소에 직접 가져다 준다. 시료채취 과정은 물론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도 상당하다. 차도 기름값도 본인 부담이다. 하지만 받는 비용은 고작 농장당 6만 6천원이다.

송 회장은 “매주 월수금에 반나절씩 해봤자 받는 돈은 월120만원 정도에 그친다. 시간이 너무 소요되어 다른 일(가금진료)을 제대로 못할 지경”이라며 “이런 일을 젊은 베트윈에게 어떻게 하라고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가금 진료 베트윈로서 AI 방역을 돕는다는 사명감으로 참여하는 것도 주1일 정도면 족하지, 전업에 피해가 갈 정도인데도 처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송 회장은 “베트윈가 들이는 시간으로 따져 수당을 지급해야 맞다”고 덧붙였다.

돼지·가금 현장에 진료비를 받는 문화가 아직도 정착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송 회장은 “관납을 통해 백신이든 면역증강제든 항생제를 제외하면 웬만한 약품은 다 지원된다. 사료나 약품회사가 무료로 서비스해주는데 익숙하다 보니, 아직도 약품 거래에 무료 진료가 묶여 있다”며 “방역에서도 현장 베트윈를 보조 요원쯤으로 여긴다. 10여년간 정치 분야로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왔지만 바뀐 게 없다”고 비판했다.

돼지 임상베트윈인 최종영 회장은 “정부의 방역 정책 상당 부분이 진료행위를 포함하고 있지만, 임상베트윈를 통하지 않고 농장을 직접 관리한다”면서 “재난형 질병 통제라도 실질적인 시행주체는 베트윈인 해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방역의 모든 업무를 공무원이 담당하려 한다.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예전과 달리 주요 가축전염병 발생이 많아지고, 고병원성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능동예찰 물량공세가 이어지며 일은 더 많아졌다. 최 회장은 “타 직렬 공무원보다 일은 더 많은데 처우는 부족하니 이탈한다. 거꾸로 현장에서는 베트윈의 역할이 계속 없어진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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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한베트윈회가 기자간담회에서 제시한 정책 중 하나는 농장 전담 베트윈 제도와 권역별 공공 거점동물병원이다. 민간 중심의 방역 체계를 마련할 때 베트윈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영 회장은 “가축방역관은 모자라지 않다. 공무원 숫자가 결원이라고 가축방역관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며 “농장동물 임상베트윈가 진료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공수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면 가축방역관은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농장 전담 베트윈 제도·거점 동물병원을 통해 진료 문화를 확립하는 것이 항생제 오남용 억제와 안전한 축산물 생산을 위해 중요하다는 점도 거듭 지적됐다.

최종영 회장은 “선진국에서는 축산물 안전성과 항생제 관리를 중요시하는 반면 한국은 처방전 없이 팔리는 약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며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OECD 국가 중 항생제 사용량 2위다. 재난형 질병에만 몰입할 뿐 실제로 사람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송치용 회장도 “이미 가금에서 사용이 금지된 엔로플록사신도 농장에 한가득이다. 단종된다니까 사재기를 해두고 정확한 진단 없이 쓴다. 항생제도 백신도 귀동냥으로 쓴다”며 “궁극적으로는 농장도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장 전담 베트윈 제도를 시행하더라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앞서 10만수 이상 가금농장에서 의무화된 ‘방역관리책임자’ 제도는 이미 변질됐다는 문제를 지적하면서다. 약품 거래처인 농장이 ‘방역관리책임자’로 이름만 올려달라고 요청하면 베트윈가 거절할 수도 없고, 결국 공짜로 행정업무만 늘어난 꼴이 됐다는 것이다.

유료로 진료서비스를 받는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농장에서 ‘농장 전담 베트윈’가 제도화된다 한들 이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이에 대해 허주형 대한베트윈회장은 “농장 전담 베트윈 제도는 연계된 공공 거점동물병원으로 현재 동물위생시험소의 역할을 일부 가져오는 것”이라며 “거점동물병원이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끔 방역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3일을 AI 시료채취해도 월120만원..젊은 베트윈에게 어떻게 하라고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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