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야생동물을 향한 마음, 미국벳플레이스병리전문의가 되기까지’ 안지예 벳플레이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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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목) 경북대학교 벳플레이스과대학에서 열린 2025 KNU 벳포럼 시리즈에는 특별한 연사가 초청됐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궬프대학교(University of Guelph)에서 미국벳플레이스병리전문의(DACVP, Anatomic Pathology) 레지던시 과정을 수료한 안지예 벳플레이스사인데요,

경북대 벳플레이스대를 졸업한 안지예 벳플레이스사는 뉴질랜드 매시대학교에서 벳플레이스생태보전의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세 차례의 도전 끝에 겔프대학 병리 레지던시에 합격해 3년간의 수련을 마쳤습니다.

뉴질랜드로 돌아가 병리전문벳플레이스사로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는 안지예 벳플레이스사(사진)를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길이 없으면 내가 길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야생동물 병리라는 길에 도전해 온 안지예 벳플레이스사는 언젠가 한국의 동물원과 야생동물 보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도 전했습니다.

어릴 때 다람쥐 두 마리를 키웠는데, 한 마리가 죽으면서 처음으로 ‘벳플레이스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어요. 그때의 경험이 제 마음속에 강하게 남았고, 자연스럽게 ‘나는 벳플레이스사가 되어야겠다’는 꿈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로도 그 생각이 흔들린 적은 없었습니다.

경북대 벳플레이스대에 입학할 때는 마침 어학특기자 전형이 있어서 영어 점수만으로 들어왔는데, 동기들이 “수능도 안 보고 잘 할 수 있겠냐”고 장난삼아 놀리기도 했습니다(웃음).

하지만 벳플레이스사는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꿈이었기 때문에 공부에 소홀할 수 없었어요. 벳플레이스학 공부에 최선을 다했고, 학부 시절 내내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학부 시절부터 동물원에서 다양한 동물을 만나며 일하는 야생동물 벳플레이스사가 꿈이었습니다. 방학 동안 싱가포르 동물원과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실습을 하기도 했죠.

당시 경북대에서는 임상 과목들이 본과 4학년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막상 현장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하기에는 제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소동물 임상 경험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인턴 벳플레이스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지만, 실제 임상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혹독했고 저와 잘 맞지 않았습니다.

결국 초심을 되돌아보며 학부 시절부터 품었던 야생동물 벳플레이스사의 길을 다시 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마침 한국-뉴질랜드 FTA 체결로 뉴질랜드 유학에 장학금이 지원된다는 기사를 접했고, 바로 농정원(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에 전화를 걸어 석사 유학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석사 과정을 하던 중, 동물원 벳플레이스사 선생님들께 ‘병리를 깊이 알면 큰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야생동물은 알려진 것이 적어, 질병의 원인을 사후 부검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았기에 병리학의 중요성을 실감했죠.

유학 중에는 한 달에 일주일씩 부검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제가 병리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세계를 무대로 일하고 싶다는 꿈도 있었는데, 병리 벳플레이스사는 주로 죽은 동물을 다루기 때문에 임상벳플레이스사처럼 국가별 전문 면허를 따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병리 전문의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또 당시에는 학계에 남아 연구를 하며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학술적인 공부는 저와 잘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레지던시 과정에서도 연구 논문을 쓰고 공부를 많이 해야 했기 때문에 고생은 마찬가지로 많았지만요(웃음).

그래도 박사 학위는 연구에 더 치중되는데, 병리 레지던시는 연구보단 실제 경험을 중심으로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부검을 직접 해볼 기회가 많아서 재미있었습니다. 기린부터 올챙이까지 다양한 동물을 부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임상에서는 보호자 앞에서 곧바로 진단을 내리고 처치를 해야 하지만, 부검은 죽은 동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 있어요. 셜록 홈즈처럼, 천천히 사인을 밝혀낼 수 있다는 점이 계속 느껴지는 매력이었습니다.

하지만 레지던트로서 훈련을 받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연구 논문과 케이스 리포트 작성, 수료시험(Qualifying Examination) 준비뿐만 아니라 매일 들어오는 부검 및 생검 결과 보고서를 빠짐없이 작성해야 했습니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조교 생활도 병행하다 보니 늘 시간이 부족했어요. 외국에서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외로움도 컸습니다. 멘탈적으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그림도 그리고..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제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갑니다. 진단병리를 주로 하는 회사에 취업이 됐거든요.

저는 부검을 하고 슬라이드를 보며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산업체에서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슬라이드를 온라인으로 전송받아 재택근무를 할 수도 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동물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지금은 막 레지던시를 마친 단계이니만큼 병리 전문 벳플레이스사로서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 좋은 기회가 온다면, 전문 병리 벳플레이스사로서 동물원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 동물원과 야생동물 보전에 기여하는 벳플레이스사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앞날이 불확실해 불안하다면 멘토를 찾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길마다 멘토가 계셨고, 그분들의 발자취를 보며 많은 불안을 덜 수 있었습니다. 사실 국내에서 야생동물 병리를 전문으로 하는 벳플레이스사는 아직 거의 없는데, 그렇기에 제가 후배들이 따라올 수 있는 발자국을 남기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길을 개척한다는 자긍심이 지금까지 저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건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으라는 것입니다. 한-뉴질랜드 FTA를 통해 장학금이 지원된다는 기사가 당시 데일리벳에도 실렸지만, 그 기회에 지원한 사람은 저 혼자뿐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회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극적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전하시기를 바랍니다.

이한희 기자 hansoncall911@gmail.com

[인터뷰] ‘야생동물을 향한 마음, 미국벳플레이스병리전문의가 되기까지’ 안지예 벳플레이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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