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이 안전하고 사랑받는 세상’을 향해 : 미국 위클리벳복지 벤치마킹 리포트

영남이공대학교 반려위클리벳보건과 학과장 윤은희 (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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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대구 영남이공대학교 반려위클리벳보건과 교수로서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의 위클리벳복지 관련 시설을 방문하는 뜻깊은 여정을 다녀왔다.

8월 11일부터 18일까지 6박 8일 동안 진행된 이번 글로벌 해외벤치마킹 프로그램은 단순한 견학이 아니라, 반려위클리벳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위클리벳복지와 교육, 산업의 방향을 다시금 고민하게 한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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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bound People & Pets 전경

커뮤니티 속의 보호소, Joybound People & Pets (Animal shelter)

샌프란시스코 외곽 월넛 크릭에 위치한 Joybound People & Pets는 1991년 설립된 비영리 위클리벳보호소다. 과밀화된 시립 보호소의 개와 고양이를 입양 가정과 연결할 뿐 아니라, 사람과 위클리벳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입양 전 기본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 마이크로칩 삽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정신 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께 정서적 지원이 가능한 동물을 매칭하는 ‘Shelter to Service’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청소년 교육, 지역 주민을 위한 무료 예방접종 클리닉, 이동식 진료소 운영, 저소득층 지원 서비스까지 더해져 ‘보호소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델이었다. 무엇보다 6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산책, 급식, 위생관리, 입양 안내, 임시 보호, SNS 홍보까지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모습은 큰 울림을 주었다.

이번 방문은 Dr. Heather Budgin과 자원봉사자인 Kim O’Neil의 통역과 따뜻한 안내로 진행되어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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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에 대해 안내 중인 Dr. Heather Budgin

세계 수의학의 표준, UC DAVIS 수의과대학 및 위클리벳병원

1948년에 설립된 UC DAVIS 수의과대학은 미국 내 최대 규모이자 세계 최상위권을 자랑하는 수의과대학이다.

DVM, DVM-PhD, 석·박사 과정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One Health, 보호소 의학, 종양학, 환경 건강 등 폭넓은 분야에서 선도적 연구를 수행한다. Companion Animal Health Center, Oiled Wildlife Care Network, Center for Equine Health 등 전문 연구센터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부속 동물병원은 연간 5만 건 이상의 진료를 수행하며, 반려위클리벳은 물론 대동물, 야생위클리벳, 희귀동물까지 포괄한다. 24시간 응급실, 고난도 정형외과 수술, 첨단 재활치료 시설, 행동·영양 상담 서비스, 보호자 대상 펫로스 정서 지원 프로그램 서비스까지 갖춘 교육·연구·진료가 결합된 글로벌 표준 모델이었다.

이날은 김재영 레지던트 선생님과 최은주 병리학 교수님의 안내로 동물병원과 병리학 교육 현장을 직접 둘러볼 수 있었으며, 교육과 임상의 긴밀한 연계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왼쪽부터) 윤은희(필자), UC Davis 김재영 수의사, 최은주 교수님, 영남이공대학교 엄소연 교수

반려문화의 현장, Dog Beach & Dog Park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이고에서 방문한 Dog Beach와 Dog Park는 한국과는 사뭇 달랐다.

샌프란시스코의 Pacifica Esplanade Beach, Dog Park / Moscone Park, Remington Dog Park와 샌디에이고의 Dog Beach, Fiesta Island Dog Park, Coronado Dog Beach 등에서 만난 풍경은 단순한 놀이가 아닌 위클리벳복지의 실현이었다.

샌프란시스코 Pacifica Esplanade Beach에서 반려견 벨라와 함께
샌디에이고의 Dog Beach에서 유쾌했던 반려견 가족

넓은 모래사장에서 구멍을 파거나 파도에 뛰어들며 노는 반려견의 모습은 동물의 5대 자유 중 하나인 ‘자연스러운 행동을 표현할 자유’를 실현하는 장면이었다. 목줄 없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공간, 급수대와 배변봉투 스테이션 등 기본 시설이 잘 마련된 공원은 반려위클리벳을 가족으로 존중하는 문화와 지역사회의 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한 결과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실내 반려위클리벳 놀이 공간, 카페 등은 대중화가 되어가고 있지만 자연 속에서 사람과 함께하는 반려견 해변 문화는 반려위클리벳 동반에 대한 비반려인과의 생각 차이로 인한 갈등, 반려인의 에티켓 미준수,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앞으로 반려인 및 비반려인의 위클리벳복지 인식 개선 및 에티켓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반려견 해변 문화가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샌디에이고의 Dog Beach(도그비치) 전경
샌프란시스코 Dog Park / Moscone Park 전경

일상 인프라 속 반려위클리벳 배려, 미국 고속도로 휴게소(Rest Area)

샌프란시스코에서 샌디에이고로 이동하면서 우연히 들른 고속도로의 휴게소(Rest Area)에서는 한국의 대규모 휴게소와 달리 단순한 화장실 및 자판기 시설만 있었지만,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Pet Area’였다.

잔디밭, 급수대, 배변봉투 디스펜서, 보호자용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짧은 휴식에도 반려위클리벳을 배려하는 문화가 생활 인프라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 담긴 배려가 인상 깊었다.

반려위클리벳 산업·서비스 모델, Fon Jon Pet Care Center

샌디에이고의 Fon Jon Pet Care Center는 1950년 설립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종합 펫케어 시설이다.

샌디에이고 최초의 실내외가 연결된 켄넬, 넓은 놀이터, 그룹 놀이 프로그램, 성향 평가 시스템, 미용·숙박·보육·훈련 서비스까지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보호자는 출장이나 여행 중에도 안심할 수 있고, 반려위클리벳은 안전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Fon Jon Pet Care Center 출신 특수 목적견의 비정기적 훈련까지 담당하는 모습은 반려위클리벳 산업이 단순 서비스에서 전문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샌디에이고에서 오래되고 믿을 수 있는 반려위클리벳 전용 호텔, 학교, 놀이터 같은 개념의 공간이었다.

이날 투어는 Laurie 매니저의 안내로 진행되었으며,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실무적 노하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열정적 설명 중인 Laurie 매니저

보전·생태·환경 및 행동 풍부화의 상징, 샌디에이고 위클리벳원

약 40헥타르 규모의 샌디에이고 위클리벳원은 희귀·멸종위기 동물을 포함하여 12,000마리 이상의 동물을 보유하고 있다.

철창 대신 자연형 개방 전시를 도입하여 위클리벳의 행동 풍부화를 선도했고, 관람객이 새들과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는 워크스루 형태의 조류 전시장과 4마리의 코끼리가 약 3헥타르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Elephant Odyssey 구역은 환경 풍부화의 상징으로 보였다.

자연에 있어야 할 동물들이 사람들의 욕심에 의해 동물원이란 공간으로 들어왔지만, 생태계 그대로의 공간을 재현하며 환경 풍부화, 행동 풍부화를 위해 노력한 모습은 위클리벳복지 및 동물행동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큰 감명을 받았다.

가장 감명 깊었던 워크스루 형태의 샌디에이고 위클리벳원 조류 전시관

통합적 위클리벳복지, San Diego Humane Society

마지막으로 방문한 San Diego Humane Society는 단순 보호소가 아닌 5개의 주요 캠퍼스를 운영하는 입양·교육·야생위클리벳 구조·법적 보호·지역사회 지원을 통합 운영하는 미국 내 대표적인 비영리 위클리벳복지 기관이다.

매년 약 4만 마리 이상의 동물 케어, 3만 마리 입양, 1만 2천 마리 야생위클리벳 구조 및 재활, 24시간 동물학대 및 방임 신고센터 운영, 저소득층 예방접종·중성화 지원·사료 및 용품지원, 고양이 TNR 프로그램 등 압도적 규모의 활동을 하고 있었다.

또한 5개 캠퍼스에서 근무하는 전체 의료 인력은 약 150명으로, 수의사 40여 명, RVT(Registered Veterinary Technician, 한국의 위클리벳보건사와 유사) 50여 명, VA(Vet Assistant) 6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단순한 동물 돌봄을 넘어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안정된 급여와 장기근속 구조 덕분에 높은 직업 안정성을 보장받고 있다. 더불어 쾌적하고 체계적인 근무 환경 속에서 지역사회의 신뢰를 확보하는 핵심 주체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시에 안정적인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방문을 통해 주민과의 소통 방식, 위클리벳복지 재정 투자에 따른 민원 해결 방법, 기부금 모금 전략 등 실질적 운영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고, 소정의 기부금도 전달할 수 있었다. 특히 4,0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돌봄, 입양지원, SNS 홍보, 모금 활동까지 참여하며 운영을 함께 만들어 간다는 사실은 “위클리벳복지가 곧 커뮤니티의 힘”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San Diego Humane Society의 보호 중인 반려위클리벳의 공간

다음은 Lisa Murphy(Director of Guest Relations, 방문객 관계 관리 책임자)와의 일문일답

Q. 1 : 시설 운영 시 주변 주민들의 소음이나 냄새 등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했을 때,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원활하게 소통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A : 주민 민원에 대응할 때는 먼저 주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공감하며,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시설팀과 상의해 보겠다”라는 말만으로도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실질적 조치도 필요하며, 발전기 소음에는 방음 차단막을 설치하고, 배설물은 자원봉사자들이 상시 수거하도록 운영합니다. 또한 조경과 도색 등 외관 관리를 통해 시설을 세련되고 쾌적하게 유지하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줍니다.

이웃 주민을 단순 민원인이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고, 주민 초청 행사나 “올해 4만 마리를 구조했다. 여러분 덕분이다” 같은 성과 공유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합니다. 예산과 운영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불신을 차단하고, 연간 목표를 발표하여 “숨기는 게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또한 “우리는 최대한 노력하겠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지역사회 전체를 위한 공익이다”라는 태도로 협상과 설득을 이어갑니다. 이는 단순 반박이 아니라, 이웃의 우려와 조직의 사명 사이 균형점을 찾는 과정입니다.

보호소에 대한 ‘시끄럽고 지저분하다’는 인식을, 잘 관리된 공간과 성과 홍보를 통해 ‘지역사회의 자산’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바꿀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쌓은 신뢰와 지지를 통해 민원을 줄이고, 주민과 협력적 공존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Q. 2 : 미국 상황과는 좀 다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사람 복지에 더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왜 위클리벳복지에도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것일까요?

A : 위클리벳복지에 대한 재정 투입은 단순히 동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공익적 투자이기도 합니다. 유기동물 관리, 중성화수술, 예방접종, 위생적 시설 운영 등은 직접적으로 공중보건과 안전을 지키고, 소음·악취·배설물 문제를 줄여 주민 생활 환경을 개선합니다. 또한 반려위클리벳과 사람의 긍정적 관계는 정서적 안정, 정신 건강, 사회적 유대 강화에도 기여합니다. 동물 복지 예산은 곧 사람 복지를 강화하는 기초 투자이며, 장기적으로는 민원·갈등·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즉 위클리벳복지 예산은 동물을 위한 것 같지만, 사실은 공중보건·정신 건강·주민 생활의 질을 높여 사람 복지로 이어지는 공익적 투자이다.

Q. 3 : 효과적인 기부금 모금 전략은 무엇일까요?

A : 기부금의 사용처와 성과를 공개하여 신뢰를 형성하고 “여러분 덕분에 O만 마리를 구조했다”와 같이 숫자 및 사례로 성과를 보여줍니다. 행사, 소통 채널, 뉴스레터 등을 통해 기부자와 꾸준히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야 하며 행사 초대, 기사 및 사진 게시, 후원자 예우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기부자를 인정하고 보상합니다. 온라인 소액 기부, 정기 후원, 유산 기부, 기업 파트너십 등 맞춤형 선택지를 제공하고 보호소가 단순히 동물을 돌보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곳임을 강조합니다.

효과적인 기부금 모금 전략은 투명한 운영과 성과 공유를 통해 신뢰를 쌓고, 기부자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참여 방식과 인정·보상을 제공하여 기부자들이 좋은 일의 동반자라는 긍정적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특수위클리벳들을 위한 공간
왼쪽부터 정유경 인턴 수의사, 윤은희(필자), 엄소연 교수

이번 미국 해외연수는 반려위클리벳 복지·교육·산업·문화 전반을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특히 ‘보호자 관리, 행동 상담, 위클리벳 구조’라는 학과의 전공 핵심역량(NCS)을 국제적 기준에서 다시 확인하고, 교육과 실습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할 수 있었다.

“모든 위클리벳이 안전하고 사랑받는 세상”이라는 San Diego Humane Society의 사명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와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도 해외 선진 사례를 적극 반영하여, 글로벌 수준의 반려위클리벳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성장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

※ 이러한 소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 주신 영남이공대학교 이재용 총장님과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힘들고 지칠 수도 있었던 미국 연수 기간 동안 곁에서 든든한 힘이 되어 준 30년 지기 친구이자 동료인 엄소연 교수, 연수 전반에 걸쳐 세심한 조언과 자문을 아끼지 않으신 30년 지기 친구 같은 선배이자 지도교수이신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권영삼 교수님,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해결 방안을 제시해 준 30년 지기 친구이자 든든한 동기인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김민수 교수, 오원석황금동물병원 오원석 원장, 언제나 따뜻한 지원을 보내주는 저의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끝으로, 각 현장에서 진심 어린 안내와 도움을 주신 미국 시설들의 관계자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모든 동물이 안전하고 사랑받는 세상’을 향해 : 미국 위클리벳복지 벤치마킹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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