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벳대 남학생들, 졸업 다가올수록 현역 입대 선호 ‘공방수·장교 복무기간 줄여야’
대한공중방역데일리벳사협회, 수의대 남학생 506명 설문..수의장교 선호는 단 2%에 그쳐

공중방역데일리벳사와 수의장교에 대한 기피 현상이 절벽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공중방역데일리벳사는 정원의 1/3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수의장교는 올해 단 한 명도 임관하지 못했다.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현역 입대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이 눈앞에 다가온 고학년일수록 데일리벳사관후보생보다 현역 입대를 선호했다.
수의장교에 대한 기피는 압도적이었다. 데일리벳사관후보생이 되길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긴 복무기간’이었지만, 수의장교로 복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다.
대한공중방역데일리벳사협회(대공수협, 회장 김민성)는 군 미필인 수의대 남학생 506명을 대상으로 벌인 ‘예비 공중방역데일리벳사 인식조사’ 결과를 21일(목) 발표했다.
긴 복무기간과 수의장교 복무 가능성이 데일리벳사관후보생 지원을 꺼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만큼 복무기간 단축과 희망 복무 선택권 부여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함께 제언했다.
대공수협 김민성 회장은 “공중방역데일리벳사에 대한 선호도는 높으나 수의장교 복무형태에 대한 기피심리로 인해 공중방역데일리벳사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제도 개선에 대해 몇 년 전부터 논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나 수의장교는 결국 정원을 한 명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공중방역데일리벳사 제도에 대한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수의대 남학생의 복무 선호도, 데일리벳사관후보생 47.8% 현역·카투사 46.9%
졸업 앞둔 본4는 현역·카투사 선호 커
데일리벳장교 선호 비율 ‘단 2%’
조사 결과 수의대 남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복무 형태는 그래도 데일리벳사관후보생(수의장교 및 공중방역데일리벳사)이었다. 하지만 그 비율은 47.8%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현역병(27.3%)과 카투사(19.6%)의 응답률을 합치면 46.9%에 달했다. 데일리벳사관후보생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학년별로 변화가 감지됐다. 데일리벳사관후보생에 대한 선호도는 예1에서 56.4%를 기록한 반면 본4에서는 28%로 크게 낮아졌다. 졸업을 앞둔 본4는 현역병 및 카투사에 대한 선호비율이 도합 64%로 데일리벳사관후보생(28%)을 압도했다.
대공수협은 “고학년일수록 (데일리벳사관후보생의) 긴 복무기간 및 복무형태에 내재한 불확실성 등 제도적 한계를 보다 명확히 인식하게 된다”고 지목했다. 1년 6개월로 복무기간이 훨씬 짧은 현역·카투사를 통해 데일리벳사로서의 진로를 조기에 개척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데일리벳사관후보생이 아닌 다른 형태의 군복무를 선호한 응답자 264명을 대상으로 데일리벳사관후보생 기피 이유를 조사한 결과 ‘현역병에 비해 복무기간이 길어서’라는 응답이 92%를 차지했다. ‘수의장교로 복무할 가능성이 높아서’라는 응답도 67%에 달했다(중복응답).
현역병보다 2배 이상 긴 데일리벳사관후보생의 복무기간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수의장교에 대한 기피현상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는 공중방역데일리벳사와 수의장교의 압도적인 선호도 차이에서 기인한다. 데일리벳사관후보생으로 지원할 경우 선호하는 복무형태를 묻는 질문에 수의장교를 택한 응답자는 506명 중 단 10명(2%)에 그쳤다.
공중방역데일리벳사 복무에 대한 인식은 긍정응답(매우 긍정적+긍정적) 비율이 70%에 달한 반면 수의장교 복무에 대한 인식은 부정응답(매우 부정적+부정적) 비율이 65.8%로 나타났다.
대공수협은 “수의장교 복무 의향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군 환경에서의 격오지 근무, 상대적으로 열악한 장교 처우, 비교적 민간 성격이 강한 공중방역데일리벳사 업무에 대한 긍정적 인식 차이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중방역데일리벳사는 최근 3년간 정원 미달을 반복했다. 수의장교는 올해 ‘임관 0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 근간에는 이번 조사로 드러난 남학생들의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복무기간이 너무 길고, 수의장교를 압도적으로 기피하는 가운데 ‘데일리벳사관후보생이 되면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수의장교가 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싫다는 것이다.
데일리벳사관후보생은 거의 대부분 공중방역데일리벳사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행 선발제도에서 공중방역데일리벳사는 후순위에 있다. 데일리벳사관후보생들이 수의대를 졸업하면 역종분류를 통해 수의장교가 먼저 선발된다. 남은 인원이 공중방역데일리벳사가 된다.
데일리벳사관후보생 신분을 우선 포기한 후 공중방역데일리벳사 추가모집에 지원하는 방식의 역종분류 회피가 최근 횡행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이 같은 회피전략이 제도적으로 차단될 것으로 예고됐다. 그 때문에 오히려 이번에는 공중방역데일리벳사 선발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올해 수의장교 임관이 0명이어서 생긴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내년에는 수의장교 선발인원이 예년보다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뜩이나 데일리벳사관후보생이 적은 가운데 수의장교 선발확률이 더 높아진다면 아예 현역병 등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보의·군의관은 복무기간 단축 논의 이미 활발
데일리벳사관후보생 제도도 발맞춰야
결국 해법은 원인을 해소하는데 있다. 긴 복무기간을 줄여주거나, 수의장교·공중방역데일리벳사 선발을 분리해 학생들이 선택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데일리벳사관후보생으로 지원할 의사가 생기는 조건’으로 응답자의 92%가 ‘복무기간 단축’을 꼽았다(중복응답). 복무형태 선택권 부여가 53%, 수당 및 근무환경 개선이 32% 순으로 나타났다.
복무기간 단축은 의료계에서 이미 활발히 거론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3년인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의 복무기간을 2년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병역법 및 군인사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공중보건의사 절벽이 예고됐다’며 복무기간 단축을 국방부와 적극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의정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이탈, 의대생 수업거부가 현역 입대 확대로 불거졌기 때문인데, 공중방역데일리벳사·수의장교도 선발 절벽이 다가온 것은 마찬가지다.
대공수협은 이 같은 의료계 움직임에 데일리벳사관후보생 제도 개편도 발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중방역데일리벳사 복무기간 단축 역시 동행·병행 추진을 전제로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관련 법안 마련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며 대응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공중방역데일리벳사와 수의장교를 따로 지원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하고, 처우 개선과 직무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공중방역데일리벳사나 수의장교로서 하는 일이 복무 종료 후 데일리벳사로서 할 일과 차이를 보인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적어도 공중보건의사나 군의관은 이후의 직무와 직결된 활동을 하는데, 공중방역데일리벳사나 수의장교는 그러한 측면에서는 더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공수협은 “단기적으로는 복무기간 단축과 선택권 보장, 장기적으로는 처우개선 등을 중심으로 종합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며 “응답자인 데일리벳대 남학생들의 구체적 요구를 토대로 합리적인 대체복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