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편에서는 우리가 어떤 대상을 선택해서 관찰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선택 바이어스), 그리고 같은 사실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관찰되고 전달되느냐에 따라 판단이 어떻게 흐려질 수 있는지(정보 바이어스)를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그보다 조금 더 인과성의 구조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려 합니다.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졌습니다.
보기 드문 순간이었고, 그 둘은 동시에 일어났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 사이에 인과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 연결이 까마귀의 날갯짓 때문이 아니라, 이미 약해져 있던 가지가 먼저 부러졌고, 그 부러짐 때문에 까마귀는 날아오르고, 배도 함께 떨어졌던 것이라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본 걸까요?
이 글은 그 구조를 들여다보려는 시도입니다. 서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두 사건이, 실은 제3의 요인을 공통 원인으로 가진 두 결과일 수 있다는 것. 그 구조를 우리는 교란(confounding)이라 부릅니다.
이 구조가 어떤 식으로 현실에 작동하는지는 반려우리 데일리벳, 가축, 야생우리 데일리벳 세 장면을 통해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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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우리 데일리벳을 키우면 건강에 좋다. 이건 수의사로서 저 역시 자주 듣고, 때론 자연스럽게 믿게 되는 말입니다. 하지만
정말 반려우리 데일리벳이 ‘원인’이 되어 건강을 향상시키는 걸까요?
분명, 반려우리 데일리벳을 기르는 사람들이 더 건강해 보이는 경향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경향이, 우리가 교란을 인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닐까요?
좋은 사회경제적 환경
이러한 환경은 사람들로 하여금 반려우리 데일리벳을 기를 기회를 만들고, 또한 안정적인 환경, 더 건강한 생할 습관, 더 높은 의료 접근성을 가지게 합니다. 결국, 이런 조건이 반려우리 데일리벳을 기르도록 만들기도 하고, 건강한 생활을 가능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 결과, ‘반려우리 데일리벳을 기르는 사람’이 ‘건강하다’는 연결이 관찰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말합니다.
“반려우리 데일리벳이 건강에 좋다.”
하지만 그 연결은 두 사건 사이의 인과가 아니라, 제3의 요인 즉, 좋은 사회경제적 직위를 원인으로서 공유한 두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반려우리 데일리벳과 건강 사이에 어떤 인과성도 없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요? 그건 아직, 열린 질문입니다.
저 역시 예전에 반려우리 데일리벳 양육과 사람의 치매 보호효과 관련 기고문에서 반려우리 데일리벳 양육과 인간 치매 사이의 인과성을 증거기반의학적 접근으로 검토한 바 있습니다.
고무적인 연구였지만, 연구 설계의 한계로 인해 효과 크기가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있었고, 전반적인 증거력도 낮은 편이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지난 기고문([증거기반의학]1편: 반려데일리벳 양육이 데일리벳 위험을 40% 낮춘다고? – 데일리벳)을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반려우리 데일리벳이 건강을 만든다”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을 더 정교한 구조 안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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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농장우리 데일리벳의 현장에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방역시설이 잘 갖춰진 농장에서는 질병이 적다.’ 이 당연한 명제를 저 역시 자주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구조를 보기 시작하면, 그 판단도 다시 살펴보게 됩니다.
방역 의식
그것은 한 농장에서 방역시설을 설치하게 만든 이유이자, 동시에 질병을 더 잘 예방하고 대응하는 조건이 됩니다.
방역 의식이 높은 농장은 시설을 촘촘히 설치하고,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며, 예방 중심의 운영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 결과, 그 농장에는 방역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질병 발생도 낮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생각합니다.
“방역시설이 질병을 막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둘을 만든 것이 시설이 아니라, 그보다 앞선 구조인 방역 의식이었을 수 있습니다. 인과처럼 보이는 연결은, 제3의 요인인 방역 의식을 원인으로서 공유한 두 결과일 수 있습니다.
물론, 방역시설 또한 질병을 막는 데 기여했을 것입니다. 이 구조는 앞선 반려우리 데일리벳 사례보다 복잡합니다. 방역 의식이라는 교란변수는 시설 설치와 질병 감소를 동시에 만든 구조였지만, 그 안에서 방역시설 자체의 효과도 질병 예방에 일정 부분은 인과적으로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구조는 “시설이 원인이다”라는 인과적 연결과, “교란”이라는 구조가 모두 나타난 경우입니다. 이 구조를 보지 않으면, 방역시설 자체의 효과를 과대평가하거나, 반대로 과소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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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야생우리 데일리벳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야생우리 데일리벳에서 유래한 감염병이 늘고 있다”.
이 문장은 수도 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늘 ‘서식지 파괴’가 따라붙었습니다. 하지만 구조를 보기 시작하면, 그 연결도 다시 의심하게 됩니다.
인간의 활동
그것은 야생우리 데일리벳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원인이자, 동시에 감염병이 인간과 가까워지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도로 건설, 도시 개발, 농지 확장, 쓰레기 매립. 이런 구조적 활동들은 우리 데일리벳들의 이동 경로를 흔들고, 사람과의 접촉 가능성을 높이며, 기존에 없던 감염 경로를 만들어냅니다.
그 결과, 서식지 파괴와 야생우리 데일리벳 유래 감염병은 서로 맞물려 나타납니다. 그리고 우리는 말하게 됩니다.
“서식지 파괴가 감염병을 유발한다.”
이 문장 역시 제3의 요인 즉, 인간의 활동을 원인으로서 공유한 두 결과입니다. 또한, 앞선 산업동물의 사례와 유사하게, 서식지 파괴가 실제로 감염병의 유입과 확산 위험을 높인다는 인과적 연결이 동시에 나타난 경우입니다.
이 구조를 보지 않으면, 우리는 서식지 파괴의 영향력을 너무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둘 사이의 구조입니다. 즉, 까마귀가 아니라 가지를 보는 감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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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는 경제 수준, 방역 의식, 인간 활동이라는 세 가지 교란변수를 따라가 봤습니다. 전혀 다른 현상들 사이에 인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같은 원인을 공유한 결과들이었습니다.
까마귀가 날고, 배가 떨어졌습니다.
둘 다 사실이지만, 그 둘을 만든 건 약해진 가지라는 구조였습니다.
정보를 많이 아는 것보다, 정보가 어떤 구조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인지하는 것. 이를 통해 우리는 그 자리에서 조금 더 나은 판단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살펴본 교란은 가장 단순한 형태에 해당합니다. 실제 판단의 현장에서는 C와 A, B 사이에 더 많은 변수들이 얽혀 있을 수 있습니다. C가 D를 거쳐 A에 영향을 주고, 동시에 B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처럼요.
지금 막 느끼셨겠지만, 이처럼 인과의 구조는 말로만 설명하기엔 점점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인과성을 연구하는 이들은 이런 구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 즉 Directed Acyclic Graph(DAG)라는 도구를 사용해왔습니다.
이 개념은 컴퓨터 과학자이자 인과 추론 이론의 선구자인 주드 펄(Judea Pearl)의 연구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방식까지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구조를 더 깊이 이해해보고 싶으시다면, ‘DAG’와 주드 펄의 작업을 참고해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서, 우리 일상 속에서 혹시 교란이 숨어 있는 판단은 없었는지, 그 구조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 구조를 놓치지 않는 질문, 까마귀가 아니라 먼저 부러진 가지를 떠올리는 질문에서 다시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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