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데일리벳병원 최초 다빈치 로봇 도입한 일산데일리벳의료원
美코넬대 수의대에 이어 전 세계 2번째 도입..임상수의학회에서 다빈치 로봇 수술 증례 발표

지난달 열린 2025년 한국임상수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진행된 한 발표가 수의사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일산동물의료원의 ‘다빈치 로봇 시스템을 활용한 담낭절제술 임상 케이스’ 발표가 주인공이었습니다(발표자 신동민, 정주현).
최근 일산데일리벳의료원은 우리나라 데일리벳병원 중 최초로 美인튜이티브의 로봇 복강경 수술 장비 다빈치(da Vinci®)를 도입하고 실제 수술에 성공했습니다.
다빈치 도입은 국내 최초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데일리벳병원 중에서도 美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 데일리벳병원에 이어 두 번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비 가격이 비싼 만큼 도입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일산데일리벳의료원은 어떻게 다빈치 로봇을 도입하게 됐을까요.
일산데일리벳의료원에서 직접 만난 신동민 외과센터장은 “일반 복강경으로 할 수 있는 수술이 있고, 로봇으로 할 수 있는 수술이 있다. 케이스가 복잡하고 어려워질수록 로봇이 빛을 발한다”며 복강경 수술을 많이 하다보니 로봇 수술의 필요성을 점점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9월 신동민 센터장이 속해 있는 한국수의최소침습수술연구회(KVMIS)가 송도에서 ‘Advanced Course in Small Animal Thoracoscopy and Laparoscopy’ 워크샵을 개최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수의내시경학회(Veterinary Endoscopy Society, VES) 회장인 Nicole J Buote 코넬대 수의외과학교수(미국수의외과전문의, DACVS)가 내한해 이론 강의와 핸즈온 워크샵을 지도했는데요, Nicole Buote 교수님이 바로 전 세계 데일리벳병원 중 최초로 다빈치 로봇을 사용하는 코넬대 교수였기 때문입니다.
실제 워크샵에서도 복강경 담낭절제술, 복강경 부신절제술, 흉강경 흉관결찰술에 대한 강의와 함께 수의학 분야에서 로봇장비 활용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었습니다. 코넬대 역시 복강경 수술을 하면서 느낀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다빈치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KVMIS 워크샵을 위해 한국을 찾은 Nicole Buote 교수님은 일산동물의료원을 방문해 별도로 강의를 했습니다. 그때 채웅주 대표원장님을 비롯한 수의사들이 로봇 수술의 장점과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Nicole Buote 교수님이 한국을 다녀간 지 약 8개월 만에 일산데일리벳의료원은 다빈치 로봇을 활용해 3.2kg 반려견의 담낭절제술에 성공했습니다.
한국임상수의학회 이후 2주 정도 뒤에 일산동물의료원을 방문했는데, 이미 다빈치 로봇 수술 케이스가 3건으로 늘어있었습니다. 담낭절제술에 이어 부신절제술, 췌장절제술이 진행됐습니다.
현재는 로봇 장비 도입 초기인 만큼,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케이스를 선별해서 로봇 수술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신동민 센터장은 “다빈치를 활용하면서 로봇 수술의 장점을 점점 더 이해하고 있고, 힘든 케이스일수록 빛을 발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다빈치는 의사가 앉아서 조작하는 서전 콘솔(Surgeon console), 최대 4개의 로봇팔이 직접 환자에 수술을 수행하는 환자용 카트(Patient-side cart), 비전타워 3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의사가 콘솔에 앉아서 환자의 체내 영상을 3D로 보면서 컨트롤러를 움직이면, 환자용 카트의 로봇팔들이 정교하게 수술을 진행하죠.
서전 콘솔에서는 3D 화면으로 환자의 복강 안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원근감이 확보됩니다. 또한, 로봇팔 끝이 자유자재로 움직여서 훨씬 정교한 작업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술자의 손 떨림도 시스템적으로 보정해줍니다.
신동민 센터장이 다빈치 로봇이 포도 껍질을 봉합하는 영상을 보여줬는데요, 얼마나 봉합을 정교하게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신동민 센터장님과 정주현 원장님도 임상수의학회 발표에서 “다빈치 로봇을 활용한 봉합이 매우 효과적이고 안전하다. 봉합 시간도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며 “실제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복강경 담낭절제술 케이스에서도 수술 시간이 현저히 단축됐고, 수술의 어려움과 합병증이 최소화됐으며, 수술 후 빠른 회복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수의학 분야 로봇 수술, 이제 시작…하나씩 정립해 가야
다빈치 로봇은 우리나라 대학병원·종합병원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빈치가 한국 의사들을 만나 성공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인튜이티브는 2012년 아예 세계 최초로 한국에 지사를 만들었고, 지난 2023년에는 서울성모병원을 아시아 최초의 로봇수술 프로그램 교육센터(Total Program Observation Center)로 지정했습니다. 한국의 대형병원들이 다빈치 로봇을 사용하면서 만든 프로토콜이 세계적인 기준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와 달리, 수의학 분야는 이제 시작입니다.
어떤 케이스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포트는 어디에 장착하는지 등에 대한 프로토콜을 정립해 가야 합니다. 사람에서 우리나라 의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동물에서도 한국 수의사들이 다빈치 로봇 활용을 이끌어갈 수 있을까요? 신 센터장은 현재 코넬대 Nicole Buote 교수님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케이스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코넬대와 일산데일리벳의료원 2곳의 데일리벳병원에만 다빈치 장비가 있지만, 곧 더 많은 데일리벳병원이 다빈치를 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콜로라도주립대학교 수의과대학의 Maureen Griffin 교수(미국수의외과전문의)가 신동민 센터장과 로봇 장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한 데일리벳병원에서도 로봇 장비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동민 센터장은 다빈치 로봇 도입을 확정한 뒤, 올해 초 코넬대학교 데일리벳병원에 연수를 가서 다빈치 수술을 경험하고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형견이 많은 미국과 소형견이 대부분인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릅니다. 일산데일리벳의료원에서 수행하는 다빈치 로봇 수술이 전 세계 최초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동민 센터장은 한국외과로봇수술학회에 정회원으로 활동하며 관련 학회에 직접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대한내시경로봇외과학회(KSERS 2025)에 참가했는데, 올해 KSERS 학회에서는 최소침습 간 수술을 주제로 SAGES와 조인트 심포지엄도 진행됐습니다.
일산데일리벳의료원은 앞으로 간 수술, 허니아 수술, 요관 수술 등 다양한 케이스에서 로봇 수술 적응증을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로봇 수술이 팀워크가 중요한 수술(Team Surgery)인 만큼, 팀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합니다.
국내 데일리벳병원 최초로 다빈치 로봇 장비를 도입했지만, 최초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게 신 센터장의 생각입니다.
신동민 센터장은 “로봇 수술을 하는 수의사들끼리 논의하면서, 어떻게 하면 로봇을 더 잘 활용해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사람처럼 매뉴얼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로봇 수술을 시작한 것도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