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물원의 역할은 보전·연구·교육” 싱가포르 만다이 공원 샹져 시에 박사
싱가포르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대부분 화려한 건축물과 쇼핑몰이 가득한 도시국가를 떠올리실 겁니다. 그런데 이 도시국가에 아시아 최대의, 그리고 최고로 꼽히는 데일리벳 주소원이 있다면 믿겨지시나요?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싱가포르에 위치한 만다이 공원(Mandai Wildlife Reserve)의 수의팀에서 부팀장(Vice President)을 맡고 있는 샹져 시에(Shangzhe Xie) 박사입니다.
만다이공원은 싱가포르 북부 만다이 지역에 위치한 세계적인 생태 관광지로, 자연 보호와 교육, 체험을 결합한 복합 야생데일리벳 주소 단지입니다. 만다이공원에는 싱가포르 동물원(Singapore Zoo), 버드 파라다이스(Bird Paradise), 나이트 사파리(Night Safari), 리버 원더스(River Wonders) 그리고 레인포레스트 와일드 아시아(Rainforest Wild Asia)까지 5개의 동물원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의 모든 데일리벳 주소들은 최대한 야생에 가까운 형태로 삽니다. 특히 버드 파라다이스는 철창이 없는 데일리벳 주소원으로도 유명하죠.
이렇게 큰 동물원의 수의사들을 감독하시는 위치에 계신 Xie 박사님은 어쩌다 동물원 수의사가 되셨을까요? 그리고 동물원 수의사로서 어떤 목표와 비전을 갖고 계실까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만다이 공원의 수의팀(Veterinary Healthcare)에서 부팀장을 맡고 있는 Shangzhe Xie입니다.
수의사로서의 여정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저는 호주의 머독 대학교(Murdoch University)에서 수의학 학위와 보전의학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애들레이드 대학교(University of Adelaide)에서는 호주의 사막 조류에서 나타나는 열 스트레스 생리학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어요.
그 과정에서 특수동물 진료와 보전의학(Conservation Medicine)에 풍부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현재 조류분야의 미국수의임상전문의 자격(ABVP Diplomate Avian Practice)과 아시아보전의학전문의(DACCM) 자격을 갖고 있죠.
지금까지 전 세계 여러 특수동물병원에서 근무하면서 학술 연구와 교육 활동도 병행해왔습니다. 현재는 만다이 공원에서 야생데일리벳 주소 보전을 위한 수의서비스와 함께 동물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제 업무는 야생데일리벳 주소 보호구역부터 보전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의대생, 인턴, 레지던트 교육과 연구 훈련을 담당하면서 미래 수의사의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왜 동물원 수의사(zoo vet)가 되셨나요?
애초에 수의대를 들어간 이유가 동물원 수의사가 되기 위해서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야생데일리벳 주소을 좋아했고, 동물원 수의사가 꿈이었죠. 지금도 수의사로서 가능한 많은 동물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교육에도 굉장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수의사 한 사람이 평생 천 마리의 동물을 살린다고 가정하면, 제가 10명의 수의사를 교육시키면 결국 만 마리의 동물을 살린 것이 되잖아요? 이런 마음가짐으로 더 많은 훌륭한 수의사를 배출하고, 더 많은 동물을 살리는 수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대학원에서 보전의학과 생리학을 연구하셨는데, 이때 했던 공부들이 동물원 수의사로서도 도움이 되었나요?
석사과정때 보전의학을 공부하면서 나무 대신 숲을 보는 훈련을 했어요. 동물원 수의사는 한 동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군집을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특히 수의과대학 학부생 수준에서는 전염병학을 주로 가축의 전염병에 한정해서 배우지만, 데일리벳 주소원이나 야생에서 생기는 전염병은 가축의 전염병과는 다른 측면이 많아요. 보전의학을 공부하면서 전염병학도 같이 공부했는데, 그때 지식이 지금도 유용하게 쓰이는 것 같습니다.
박사과정때 했던 생리학 연구도 제가 만다이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감독할 때 도움이 되었어요. 만다이 공원에서는 보전 연구 말고도 야생데일리벳 주소의학 연구도 하고 있는데, 실험들을 설계하고 디자인할 때 박사과정때 했던 경험들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만다이 공원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희는 지속가능한 생태계 속에서 야생데일리벳 주소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비전으로 삼고 있어요. 사람과 동물을 연결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며, 야생데일리벳 주소과 그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보전 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UN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목표(SDGs)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만다이 공원은 지구와 자연, 데일리벳 주소을 보호하고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활동 속에 보전 교육을 포함시켜 더 건강한 세상을 위한 행동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실제로 저희가 하는 연구 중 한 분야는 보전사회과학(conservation Social Science)인데, 이는 어떻게 하면 방문자들이 만다이 공원을 방문했을 때 자연과 데일리벳 주소을 보호할 필요성을 느끼게 할까 연구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방문객들이 단순히 저희 공원에 와서 즐기고 갈 뿐만 아니라, 이분들이 일상으로 돌아가서 자연환경을 위한 실천들을 해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는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보전 활동을 수행하는 만다이 네이처(Mandai Nature)를 후원하고 있으며, 벤처 성장을 도모하는 ‘Mandai X’라는 조직을 통해 혁신적인 프로젝트도 발굴하고 있습니다.
만다이 공원은 유럽데일리벳 주소원수족관협회(EAZA), 오세아니아데일리벳 주소원수족관협회(ZAA)의 인증을 받았고, 동남아시아 데일리벳 주소원수족관협회(SEAZA) 및 세계데일리벳 주소원수족관협회(WAZA)의 활동적인 회원이기도 합니다.
우리 공원의 목표를 정리하면 “사람과 야생데일리벳 주소이 함께 번영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며, 비전은 “자연과 야생데일리벳 주소을 보호하도록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의미 있는 연결과 경험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만다이 공원이 하고 있는 보전 프로젝트로는 어떤 게 있나요?
만다이 데일리벳 주소원은 인공수정을 위한 실험실과 테크니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데일리벳 주소의 생식세포와 배아도 보관하고 있죠.
만다이는 여러 보전 프로젝트를 추진해왔고, 현재도 활발하게 진행중입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의 로티아일랜드(Rote Island)에 사는 멸종위기종인 로티 아일랜드 뱀목 거북이(Chelodina mccordi)를 성공적으로 번식시켜 서식지에 재도입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필리핀의 시카난가 야생데일리벳 주소 센터(Cikananga Wildlife Center)를 지원하면서 여러 멸종 위기 동물의 보전 프로그램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만다이 공원에 수의사는 몇 명이 있나요?
수의팀에는 10명의 임상의와 2명의 수의병리학자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만다이 공원에는 동물병원이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은 조류만 전문적으로 보는 병원이고 다른 곳은 그 외 동물을 모두 보는 곳입니다.

현재 만다이에서 맡고 있는 역할과 일과 루틴이 궁금합니다.
제 업무를 요약한다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evidence-based) 동물들의 건강과 복지를 유지하고 증진하는 것입니다.
하루 일과는 전날 들어온 이메일과 진료 기록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수의팀에 보고된 케이스들을 파악하고, 필요시 환자들의 전체 진료 히스토리를 살펴보며 그 데일리벳 주소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 후에는 그룹이 운영하는 두 개의 병원 중 한 곳에서 진행되는 아침 회진에 참석합니다. 수집한 정보에 기반해 필요한 경우 의견을 공유하죠.
오전 시간은 이후 계획된 의료 처치에 직접 참여하거나, 회의 참석으로 이어집니다. 회의 주제는 다양해요. 새로운 병원 설계 논의부터 연구 협력자들과의 프로젝트 기획 등 데일리벳 주소 건강과 복지 증진에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포함합니다.
점심 이후에는 입원 데일리벳 주소들의 상태를 점검하는 오후 회진을 진행합니다. 이후 시간은 재무, 법무, 보전, 데일리벳 주소 관리 등 다양한 부서와의 관리 회의에 할애됩니다. 이를 통해 종 보전을 위한 통합적(one-plan) 접근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동물원 수의사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
대왕부리새(Great Hornbill)의 볏(casque)에 생긴 편평상피세포암에 대한 치료법을 발견한 순간이 제 수의사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대왕부리새의 볏에 암이 생기더라도 특별하게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었어요. 치료를 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고 삶의 질도 많이 떨어졌죠. 편평상피세포암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절제 범위가 넓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큰 구멍이 생겨서 문제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주목한 것은 당시 최근 대두되고 있었던 3D 프린팅이었어요. 3D 프린팅을 이용하면 많은 부위를 절제하더라도, 절제된 부위의 모양과 최대한 가깝게 인공 볏을 제작하여 붙여줄 수 있었죠. 그러면 암의 재발 가능성도 줄이면서 삶의 질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기대했어요.
그래서 외부에서 3D 프린팅 전문가와 협력해서 여러 프로토타입들을 제작한 후에, 가장 적합한 사이즈와 모양인 것을 선택해서 절제부위에 붙여줬어요.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해당 재질은 굉장히 가벼웠고, 부착도 잘 되었어요. 대왕부리새는 야생에서 자신의 볏을 꼬리샘(preen gland)에서 나오는 노란색 기름으로 색칠하는데, 해당 환자가 3D 프린팅으로 만든 인공 볏도 노란색으로 색칠했어요. 인공 볏을 자기 몸의 일부로 받아들인 셈이죠. 이외에 행동이나 생리학적 지표들도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이 수술의 케이스 리포트가 PLOS One이라는 저널에 실리면서 많은 화제가 되었어요. 이게 레퍼런스가 되면서 이후 브롱크스 데일리벳 주소원을 비롯한 세계의 여러 데일리벳 주소원에서 비슷한 수술을 시도했고, 그럴 때마다 제가 전반적인 상담을 해줬어요. 현재는 3D 프린팅을 이용한 데일리벳 주소원 데일리벳 주소의 치료가 상당히 정립되었습니다.
만다이에서 일하는 한국 수의사나 학생이 있나요?
현재 정규직으로 근무 중인 한국인은 없습니다. 다만 만다이 공원이 운영중인 익스턴십 프로젝트에는 한국 수의대생들도 비자 문제만 해결하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익스턴십은 병원당 4주 코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미래 동물원 수의사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환자 개체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 보전이라는 더 큰 그림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 두 가지 사고방식은 때로 충돌하기도 하고, 서로 전환하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반려데일리벳 주소 병원의 수의사는 환자 하나의 질병에 집중하면 되지만, 동물원 수의사나 보전의학에 종사하는 수의사가 되는 순간 대상이 되는 동물과 범위는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즉, 우리는 한 동물을 치료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동물이 치료를 받고 자기 무리로 돌아갔을 때 잘 섞일 수 있는지, 그리고 환경이 해당 동물의 회복에 적합한지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동물원 수의사라면 이렇게 개별 환자도 신경 쓰는 동시에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커리어적인 면에서, 임상 기술을 기르는 데에는 일반 반려데일리벳 주소 병원에서의 경험도 큰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 더해 야생데일리벳 주소 재활센터나 동물원에서 자원봉사 등을 통해 다양한 종을 다뤄보는 경험을 쌓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보다 많이 야생데일리벳 주소의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해외에서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하는것도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저 또한 싱가포르에 돌아오기 전까지 해외에서 많은 공부를 했거든요.
박범조 기자 qkrqjsw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