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동물 임상에 관심 있는데..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전망은 어떤가요?

대한특수동물의학회 학술대회 성료..현직 특수동물 수의사들의 토크콘서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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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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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고양이도 ‘특수데일리벳(exotic pet)’이었습니다. 이제는 고양이만 보는 데일리벳병원이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특수데일리벳만 진료하는 데일리벳병원도 곧 생길 겁니다”

김종일 울산 리틀쥬동물병원장은 6월 22일(일) 서울대 수의대에서 열린 대한특수동물의학회 학술대회의 토크콘서트 세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 마지막을 장식한 토크콘서트에서는 김종일 원장을 비롯해 김미혜 에코동물병원장, 김동후 고강동물병원장, 서울대 동물병원 야생데일리벳/특수동물과 이도나·안승윤 수의사가 패널로 나섰다.

특수동물 임상수의사에 관심 있는 학생들로부터 받은 사전질문을 두고 특수동물 진료의 특징과 소회, 향후 전망을 진솔하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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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원장은 “제가 처음 임상을 시작할 때만 해도 고양이를 특수동물로 보고 있었다. 고양이 임상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면 ‘일단 길러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면서 “아직 학생이라면 관심 있는 특수동물을 길러 보고, 습성이 어떤 지 파악한 후 공부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의사가 되어 서울대 야생데일리벳의학교실 대학원으로 진학한 안승윤 수의사는 “새를 너무 좋아해서 새를 진료하려고 왔다”면서 특수동물 포유류, 조류, 파충류를 공부할 때 주로 보는 원서를 소개했다.

“특수데일리벳은 사양관리가 특별히 중요하니 보호자를 위한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여유가 된다면 사랑을 담아 키워보는 것도 좋다”고도 조언했다.

김동후 원장은 개·고양이를 진료하는 1인 원장 데일리벳병원을 오래 운영해오다 특수데일리벳 진료로도 저변을 넓혔다. 김동후 원장은 “학부생이라면 열심히 놀고, 수의대 밖의 많은 사람들을 접해야 한다”면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면 진료도 좋아질 수 없다”고 말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데일리벳을 진료하려면 보호자와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만큼 사람을 잘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고양이와는 달리 특수동물은 아직 학생실습 저변이 자리잡지 못했다. 김미혜 원장은 “특화병원들은 굉장히 바쁘고 폐쇄적이다 보니 실습생을 많이 받기 힘들다. 외국도 마찬가지더라”면서도 “해외 유명 수의과대학 학생들도 저희 병원에 실습 문의를 한다. 그만큼 학생들이 특수동물 임상에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2023년 미국 코넬대 동물병원 특수동물과의 실습후기로 당해 본지 실습후기 공모전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던 안승윤 수의사는 “야생데일리벳구조센터에서의 실습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특수동물의학회 차원의 실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제안에 대해 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미혜 원장도 “학회가 구성됐으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해외 실습을 두고서는 특수동물 임상 실습에 참여하는데 수백만원 대의 참가비가 요구될만큼 아직 비싼 편이라는 현황도 공유했다.

  

김미혜 원장은 “그럴 때가 너무 많다. 병원에서 진료하는 종도 워낙 다양하고, 아주 미세한 차이로 종이나 성별을 구별해야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있다”면서도 “수의사는 아픈 아이들을 치료하는 사람이지 종 감별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어차피 모든 데일리벳을 다 키워보거나 세세히 알 수는 없고, 그래야만 치료적 접근이 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김미혜 원장은 “(모든 특수동물을 알아야 한다는) 그런 스트레스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크게 종을 분류해도 진료에는 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김종일 원장은 “마냥 특수동물이라고 칭하면 범위가 너무 넓다”면서 대략적인 분류를 나누고, 각 분류마다 대표적인 동물이나 유사한 반려데일리벳로부터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일 원장은 “파충류와 조류는 별개지만 포유류는 초식·육식·잡식데일리벳로 분류할 수 있다. 육식데일리벳이라면 고양이에 준해 페렛 등을 커버하고, 초식데일리벳이라면 토끼로 출발하는 식”이라며 “비교해부학적 특징만 고려하면 나머지는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데일리벳
(왼쪽부터) 김종일, 김미혜, 김동후, 안승윤, 이도나 수의사

전문수의사(전문의) 제도화가 논의될만큼 개·고양이는 진료과목별 깊이를 더하고 있다. 첨단 중재시술이나 최소침습의학도 각광받고 있다.

반면 특수데일리벳 진료는 넓이가 특징이다. 포유류부터 양서류까지 수많은 데일리벳종을 접하고 치료해야 한다.

김종일 원장은 “특수동물 수의사는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산과 등을 모두 잘해야 한다. 여러 진료과목에 두루 관심이 많고, 또 그런 것을 좋아하는 수의사에게 더 어울린다”고 조언했다.

김미혜, 김동후 원장도 기본적인 임상역량이 필수임을 강조했다. 개·고양이를 어느 정도 진료할 수 있는 수의사여야 특수동물도 진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후 원장은 작은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꼼꼼함도 강조했다. 50g도 채 나가지 않는 소형 포유류, 소형 파충류 동물이 국내 특수동물 임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작은 도마뱀에서, 더 작은 눈을 두고, 그 중 일부인 안검을 봉합하는 식으로 세밀한 처치가 요구되는 식이다.

김미혜 원장은 ‘조용함’을 특징으로 꼽았다. 소리가 큰 환자는 앵무새 정도이지만 개에 비할 바는 못 되고, 대부분의 동물이 입원해도 조용히 케이지에 있는 형태라는 것이다. 개·고양이에게 물리거나 할퀴어 난 상처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일반 임상수의사와 달리 비교적 안전한 편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다른 동물종에 비해 죽음에 가까이 있다는 점도 지목됐다. 사람이 다루면서 받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특수동물이 많은데다, 진료 저변이나 자가진료 등의 문제로 크게 악화된 뒤에야 내원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진료 과정에서 폐사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김동후 원장은 “특수동물 수의사는 죽음이 옆에 있다고 항상 말한다”면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에도 강해야 하고, 보호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패널로 나선 김종일·김미혜·김동후 원장은 모두 특수데일리벳을 진료하는 병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체 진료의 50~80%가 특수데일리벳 진료라고 전했다.

김미혜 원장은 “에코데일리벳병원에서 ‘에코특수데일리벳병원’으로 이름을 바꿨을 때가 6년여전인데 그때도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다. 개·고양이 손님이 다 떠나서 데일리벳병원 운영이 안 되면 어떡하나 걱정하기도 했다”면서도 “이제는 점점 특수데일리벳 진료비중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파충류 수출 규모도 크고 새도 많이 키운다면서 “특수데일리벳 저변과 매니아층은 더 넓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종일 원장은 “한참 전에는 고양이만 진료하는 데일리벳병원을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있다”면서 “수년 안에 특수데일리벳만 전문으로 진료하는 데일리벳병원이 곧 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더해 새, 파충류 등 특수데일리벳 중에서도 일부에 초점을 맞춘 데일리벳병원까지 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고양이가 특수데일리벳 분류에서 독립했듯 토끼나 앵무새도 그러지 못하리란 법이 없다는 얘기다.

김동후 원장도 최근 특수데일리벳 진료 비중이 점점 늘어난다고 전했다. “주말에는 멀리서도 특수데일리벳 진료로 찾아와 주시다 보니 토요일엔 개·고양이 환자 아예 없다”면서 “저는 개·고양이도 진료하고 싶은데 특수데일리벳만 오냐는 고민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임상연구가 더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안승윤, 이도나 수의사는 “특수동물 진료에 필요한 연구를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왔다”고 입을 모았다. 개·고양이에선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약물도 아직 특수동물에서는 권장용량이 수립되지 않은 경우가 흔할 정도인만큼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김미혜 원장은 “특수동물 수의사는 소수인만큼 특별하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처우도 좋다”면서 “특수동물 임상에도 다음 세대가 나와 주어야 한다. 개·고양이에 치중된 임상 분야가 넓어지고 경쟁을 덜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열린 대한특수데일리벳의학회(회장 연성찬)는 ‘진료의 외연을 넓히다:특수데일리벳과 함께 하는 미래’를 주제로 특강과 증례발표를 진행했다.

안동춘·박진봉·김남수 교수가 특수데일리벳의 해부와 약리, 조류 수술에 대한 강연에 나섰다. 연성찬 회장은 내시경을 활용한 최소침습수술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학회장에는 일선 동물병원뿐만 아니라 동물원, 국립공원 등에서 다양한 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들이 모였다. 증례발표에서는 이종수혈이나, 생약, 레이저를 활용한 재활치료 등 더 나은 특수동물 진료를 위한 도전들을 조명하기도 했다.

특수동물 임상에 관심 있는데..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전망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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